[아시아경제]'오해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한쪽 말만 들으면 오해가 되지만, 서로 대화를 하면 이해가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극단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어음할인 수수료를 동일하게 취급해 카드사를 마치 고리대금업자로 치부하는 상황도 이 문구에 잘 들어맞는 예시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대략 1개월 내에 대금이 납입되는 고객의 매출전표를 카드사가 인수해 수수료를 제한 대금을 2일 내에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음할인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카드시장에 대한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카드시장은 가맹점 및 카드회원과 같은 상이한 두 고객집단을 연결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특징을 가지다보니, 시장참여자 전체의 이익증대를 위해 한쪽 고객(회원)에게는 혜택을 부여하고 카드사용에 따른 비용은 또 다른 고객(가맹점)이 부담하는 구조를 띄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호텔이나 리조트와 같은 숙박시설을 예약할 경우 쿠폰, 마일리지 등을 제공하는 숙박예약플랫폼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물론 숙박예약플랫폼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결국 숙박업체가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숙박업체는 이러한 비용부담 보다는 숙박예약플랫폼을 통한 매출증대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숙박예약플랫폼을 이용한다. 그러나 어음할인을 해주는 업체들이 관련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음발행자에게 포인트, 무이자서비스 등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만 봐도 카드시장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카드 수수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회원의 카드사용에 따른 수익을 카드사와 가맹점이 얻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카드 수수료를 전혀 낼 필요가 없는 준조세적 성격의 비용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는 카드사용에 따른 가맹점의 매출증대나 위험전가에 대한 반대급부인 측면이 있다. 둘째, 카드 수수료에는 회원에 대한 혜택과 지급결제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돼 있음에도 카드 수수료 전체가 카드사의 순이익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일컫는 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정확한 용어이다. 현행 카드 수수료 체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업종별 수수료 체계에서 '적정원가'에 기반한 수수료 산정체계로 변경되었고, 3년마다 가맹점이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합당한 비용만을 카드 수수료에 반영하고 있다. 카드사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회원에게 단기간의 무이자 외상거래를 가능하게 할뿐만 아니라, 가맹점을 대신해 외상대금 회수와 이에 대한 손실을 부담한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자금공여를 위한 자금조달비용, 전산망 관리비용, 외상대금에 대한 대손비용 및 부정사용에 대한 손실비용 등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비용은 카드 수수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카드시장이 양면시장이다 보니 그 특성상 시장참여자 전체의 이익증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카드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그간 카드 수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편견 등으로부터 비롯된 여러 가지 오해들은 시장참여자 간의 갈등을 확산시키고 그로 인한 오해를 재생산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결국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야말로 시장참여자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카드사, 가맹점 및 회원은 카드시장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이다. 이러한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박태준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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