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부족 등으로 생긴 오해 불식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최근 한 연구로 '땅돼지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미신이 무너졌습니다. 그동안 땅돼지(aardvark)는 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인 물을 좋아하지 않고 마시지 않는다는 가설이 강했습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과학 연구는 사하라사막 등에 살고 있는 야행성인 땅돼지가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가정했습니다. 직접 물을 마시지 않고 주요 먹이인 흰개미와 이른바 '땅돼지 오이'로 부르는 것을 먹으면서 이를 대신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진대사를 통해 물을 충족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땅돼지에 대한 부족한 관찰과 연구에서 기인했다고 한 연구자가 지적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컬리(Graham Kerley) 넬슨만델라 메트로폴리탄대학교 동물학자는 "땅돼지는 보통 10m 깊이의 굴에서 대부분 생활한다"며 "이 같은 특이한 습성으로 연구자들이 땅돼지를 관찰하고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족한 관찰로 인해 '땅돼지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신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컬리 박사는 "이런 내용은 꽤 혼란스럽다"며 "땅돼지도 물을 마신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이언스지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컬리 박사 연구팀은 야생에서 물을 마시는 땅돼지에 대한 연구 논문 등을 살펴봤습니다. 그 속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4개의 땅돼지 사진과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아프리카 생태환경 저널(African Journal of Ecology)에 발표했습니다.
컬리 박사가 확인한 내용에는 몇몇 강과 웅덩이, 남아프리카에 있는 댐 등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땅돼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컬리 박사는 "우리가 파악한 내용을 근거로 이제 '땅돼지가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논란은 잠재워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컬리박사는 "땅돼지가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미신이 깨진 것은 물론 이젠 기후변화로 이들이 멸종될 수도 있다는 곳에 우리의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현재 땅돼지들은 서식 환경이 파괴되고 생태시스템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기후변화가 현재 이들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컬리 박사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앞으로 갈수록 더욱 건조해지면서 미래에 어떻게 될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우려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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