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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시간도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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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 이용한 대한민국 표준시 보급

[과학을 읽다]시간도 인프라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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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몇 시야?"
"9시10분인데."
"응? 큰일 났다. 9시20분에 약속 있는데."

서울의 어느 카페. 부리나케 A 씨는 뛰쳐나갑니다. 친구에게서 현재 시각을 전해 받고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쏜살같이 나갔습니다. 문제는 친구의 시계가 10분 정도 빠르다는데 있었습니다. 정확한 표준시로 따지면 A 씨는 느긋하게 나가더라도 충분히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일까요. 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이에게 1시간은 '하루'처럼 천천히 갑니다. 또 다른 이에게는 '1시간'이 1초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문제는 심리적 시간보다 물리적 시간이 정확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세상의 흐름은 모두 시간의 개념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시간이 달라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韓 표준시를 만들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대한민국 표준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KRISS는 원자시계를 이용해 정확한 대한민국 표준시(KST)를 정하고 보급하고 있습니다. 더 쉽게 정확한 시간을 알리기 위해 표준주파수국을 건설해 1984년부터 시각정보를 보내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5㎒ 단파를 수신할 수만 있으면 주파수에 실려 보내지는 표준시간에 나의 시간이 동기화되는 시대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문제는 단파의 단점입니다. 단파는 직진성이 강해 산이나 건물 등 장애물에 막히면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중계안테나를 세워야합니다.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시각 동기화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의 경우 지하나 건물 내부 등에서 신호를 받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을 읽다]시간도 인프라다 [사진=아시아경제DB]


◆장파를 이용하다=단파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KRISS는 단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50~100㎑의 장파를 활용한 장파방송국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파는 건물을 투과합니다. 단파의 직진성이란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실내에서 얼마든지 신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중계안테나 없이 송신탑 하나로 우리나라 전역을 아우르는 반경 1000㎞ 이상에 전파를 송출할 수 있습니다.


장파방송은 현재 GPS를 이용해 시각 동기화가 이뤄지는 통신, 방송, 금융, 전력 등의 모든 산업 분야에 상호보완적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센서기술 역시 장파를 통해 GPS를 보완하고 정확한 시간에 동기화됩니다. 장파를 통한 표준시 보급이 관심을 끄는 배경입니다.


장파를 이용한 방송도 장점이 많습니다. KRISS는 2015년부터 '장파표준시와 표준주파수 방송국 설립기반 구축'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시험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파 시험방송국 구축을 위한 설계 전반을 완료했습니다. 반경 200㎞ 송신을 목표로 하는 시험방송국의 부지는 현재 문을 닫은 KBS 여주 AM 송신소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장파 방송과 표준시, 어디에 사용되나=장파방송은 시각정보는 물론이고 전파를 통해 보낼 수 있는 정보라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적용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스마트그리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의 분야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통신이 두절돼도 방송국 자체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기상, 지진, 방사능 등 각종 재난·안전에 대한 경보를 신속하게 안내할 수 있습니다.


다가올 시대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초연결사회로 묶이게 됩니다. 이런 달라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내가 있는 곳과 내가 제어해야 할 곳의 시간이 정확히 일치해야 명령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집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면 스마트 가전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홈오토메이션 기능으로 유기적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표준시가 필요합니다.


스마트그리드 또한 표준시를 통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앞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같은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전국 전력 상황이 어떤지는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력 용량에 따른 사용 제한, 전력수요 분산화에 따른 에너지 비용 절감 등에 나설 수 있습니다. 표준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능형교통시스템에도 표준시는 필요합니다. 효과적 교통체계시스템을 위해서는 실시간 정보 파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이 찾아가는 길에서 실시간 교통량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안카메라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건의 시작과 종점의 동기화로 법적 근거의 타당성이 강화됩니다. 표준시 데이터로써 사건의 재구성이 가능합니다.


더비앤아이가 2013년 내놓은 '장파방송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GPS 시각동기화에 의존하는 통신, 방송, 금융, 전력, 기타 망 운영, 자동화 산업현장, 천문학 등 7개 분야에서 시각동기화가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비용은 20년 동안 약 31조 원에 이른다고 진단했습니다.


장파방송국 설립 이후 표준시와 부가서비스를 통해 20년 동안 총 2조4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2만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대혁 KRISS 시간센터장은 "장파방송은 국가 시각동기와 정보망의 안정적 운용뿐 아니라 새로운 공익적, 경제적, 사회적 응용 분야를 창출할 국가 인프라"라며 "시험방송국 이후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본방송국 구축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을 읽다]시간도 인프라다 ▲장파방속국 부가서비스.[사진=아시아경제DB]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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