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정부 관계자 제보받아 보도…코미 경질 이튿날 러시아 외무장관·주미대사 접견서 말해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다음날 러시아 외무장관과 주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러시아 커넥션' 수사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대사를 만나 "내가 막 FBI 국장을 해임했다. 그는 미쳤다. 정말 미치광이(nut job)"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러시아 (커넥션 의혹) 때문에 엄청난 압력에 직면했었는데, 이제 덜어냈다(take off)"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백악관 측에서 회동 발언의 요지를 문서로 정리해뒀고 이를 접한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가 제보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코미 해임 후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라브로프 장관과 양국 관계 및 시리아 분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만 했다. 코미 전 국장 해임이 라브로프 장관 접견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Not at all)'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러시아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이며 키슬랴크 대사는 '러시아 커넥션'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NYT 보도와 관련해 숀 스파이서 대변인으로부터 "코미가 러시아 수사를 공론화하고, 정치화하면서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불필요한 압력을 가했다"는 답을 얻었다며 이는 백악관이 보도내용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코미의 해임에도 수사는 계속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가 사적인 극비 대화 유출로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또 현직 관리 1명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과 외국 정부 간 공모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NYT의 이번 보도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탄핵 여론이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이날 CNN은 백악관 법무팀이 지난주 탄핵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탄핵 관련 절차 등에 대한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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