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법정 최고금리 절반 하락…대부규모 5.4조→14.4조
제2금융권→대부업→불법사채…"연쇄적 풍선효과 발생할지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 7년간 법정 최고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한 가운데 대부업의 대출액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조이기로 인한 연쇄적인 풍선효과와 대형 대부업자의 영업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금융강화를 위해 또 최고금리 인하책을 추진하면서 '가계부채 총량' 관리라는 정책 목표와 다소 모순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권에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대부규모는 14조4000억원으로 전년말(13조2000억원) 대비 8.9% 증가했다.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 대부규모는 5조9000억원. 7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대형 대부업체들의 영업력 확대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한 대부업권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잔액 14조4000억원 중 대형 대부업체 두 곳의 실적이 각각 4조원 이상을 기록했다"며 "대형 대부업체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법정 최고금리는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2009년 하반기까지 49%가 적용됐던 최고금리는 작년 27.9%로 낮아졌다.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고금리 인하가 추진되면서 영세업체들의 폐업이 줄을 이었다. 그 결과 대부업체의 수는 1만4783개에서 8980개로 반토막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집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계부채 해법으로 내건 '가계부채 총량제'와 모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1344조원으로 폭증한 가계부채에 대응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는 등 총량 관리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
최고금리 인하는 최근 연이은 '풍선효과'를 더욱 부채질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근거다. 지난해 보험권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제2금융권에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적용돼 저신용자의 대출이 어려워졌다. 대출수요는 여전한데 대출공급만 조여 저신용자들을 제도권 밖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정부가 은행권에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작년부터 적용한 이후인 작년 4분기 제2금융권인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13조5000억원으로 은행과 맞먹는 수준으로 늘었다. 여기에 대부업체가 포함된 기타금융중개회사 대출 증가액은 8조5000억원이나 뛰었다. 대출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양과 속도 만을 조절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미시적으로 대출수요가 발생하는 원인을 진단해 주택, 고용시장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