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파는' 온오프 서점가 돌풍·SNS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특유의 소탈함·친근함 무기로 노 전 대통령 후광 섞여…국정운영 걸림돌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린 지 열흘째를 맞았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에 대한 '팬덤' 현상이 커지고 있다. 팬덤 현상이란 특정한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주로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를 향하던 팬덤이 최근엔 정치인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에 대한 팬덤 현상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거침없는 언변과 도전정신 등 개인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면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인으로서 인기를 누렸다.
두 사람에 비하면 문 대통령은 특이하다. 개인적인 매력과 후광이 섞여 있다. 문 대통령 특유의 소탈함, 친근함을 무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노 전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배경 없이는 문 대통령을 설명할 수 없다.
현재 온ㆍ오프라인 서점가에선 '문재인' 열풍이 불고 있다. 몇 년 전 문 대통령이 집필한 '문재인의 운명'과 '1219 끝이 시작이다' 뿐 아니라 그를 소재로 한 책들이 속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지난 18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포옹하며 위로하는 모습을 비롯 출근길에 주민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나 식사 후 수석들과 거리낌 없이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 산책에 나서는 모습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문 대통령에 대한 팬덤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열성적 지지자들의 정서에는 집권 초기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고, '노무현의 비극'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절박함 역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 무작정 '적폐' 취급하는 등 과격한 양상도 엿보인다. 일례로 최근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적폐 귀족노조'로 지목 돼 뭇매를 맞았다. 민주노총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된 박형철 변호사의 갑을오토텍 변호인 전력을 비판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갑을오토텍은 직장폐쇄, 노조파괴 등으로 노조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태에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대 직장인 여성 윤모씨는 "나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과열된 옹호현상은 이상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시대'가 열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0)씨도 "난 노빠(노무현 지지자)지만 최근 일부 극렬 노빠나 문빠들의 행태에 놀라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점은 기득권과 맞섰던 '노무현의 실패' 속에서 어떻게든 기득권으로부터 문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 내놓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대세력에 대해서 비판하는 건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있는 일"이라며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인신공격이 아니라면 자기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적폐 세력이라고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이번 대선 승자인 문 대통령 측이 여유와 포용 정신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나서서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세력이 든든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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