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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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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인건비·지리적 입지 3박자 갖춘 기회의 땅
삼성·LG 포함 글로벌 기업 생산거점 투자 러시…韓, 베트남 투자 1위국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하면서 제조업서 금융·서비스업 등으로 확장


[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한은행 광고판에 머문다. 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가자 이번엔 공항도로 위에 세워진 삼성전자 휴대폰 광고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공항에서 하노이 도심이 가까워지자 우뚝 솟은 고층 건물엔 롯데 로고가 새겨져 있다. 한국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한 사진이 걸려 있는 빌딩 주변으로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는 베트남 소녀들이 지나간다. 아이돌 그룹 멤버를 언급하던 젊은이들의 입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강렬한 경험담도 흘러 나온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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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차이나'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베트남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발빠른 투자와 현지 진출이 베트남 산업화와 현대화에 밑거름이 되면서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분위기다. 저성장을 고민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베트남은 수년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6%대를 유지해왔고 올해도 6% 중반대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생큐 베트남, 생큐 한국 = 지난 12일 찾은 하노이 시내는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관련 흔적이 거리 곳곳에서 목격됐다. 양국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2017년 베트남의 풍경은 한국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거리를 지나는 베트남인들에게 '삼성, CJ, 롯데' 등 한국 기업을 알고 있냐는 질문을 던지자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당연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며 하노이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응우옌 반 피우(23·여)씨는 “베트남 사람들은 이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음악 듣는 것을 넘어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한국 마트를 다니며 생활과 문화 자체를 공유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젊은 세대부터 나이 든 부모세대까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던 레 꽝 민(51)씨도 “주변을 보면 자녀들이 한국 기업 공장이나 회사에 취업하길 바라는 부모들이 많다”며 “해외 기업이 늘어나면서 젊은 친구들이 일할 곳이 많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와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수교 후 베트남에 5773건을 투자했고 투자금액은 505억54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기간 베트남 전체 FDI 투자액은 2932억달러로 한국이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69억달러(1263건)로 한해 투자의 30.8%를 차지했다.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 중국 및 아세안 국가들과 연결된 지리적 이점,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 등이 한국을 비롯한 많은 외국 기업을 베트남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한국은 오랫동안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기업 경영 환경에 변수가 많아지면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산업과 기술 기반이 약했던 베트남이 한국의 투자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상호 윈-윈전략을 펼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호찌민과 하노이 인근에 생산공장을 설립,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10만6000명에 달하는 현지 인력을 고용 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 무역 규모는 374억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 협력업체인 비엣 훙 플라스틱 직원들이 갤럭시 휴대폰 상자를 조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베트남은 인건비와 노동력에 큰 경쟁력이 있는데다 전기와 도로 등 비교적 안정적인 인프라와 육해공 물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여기에 각종 투자 인센티브와 세제혜택을 내세운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 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도 하노이 인근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 모바일과 가전, 부품관련 사업 생산법인을 운영하며 이곳을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한국기업들은 기술력이 약한 베트남 현지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 협력업체 중 한 곳인 비엣 훙 플라스틱의 흐엉 안 뚜안 사장은 “한국기업의 멘토링으로 불량률을 줄이고 품질은 향상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적극 진출하면서 현지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베트남 하노이 시내 전경. 경제가 발전하면서 시내 중심가에 고층 건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조업과 부동산, 건설업 등이 한국의 주요 베트남 투자처지만 점차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투자범위가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에 전역에 1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분야에 진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올해 4개 지점을 추가 개설해 총 22개 지점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베트남은 수 차례 전쟁과 화폐개혁 과정에서 진행된 예금 몰수 사태 등을 겪으며 금과 달러 등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은 국가다. 현금을 집에 쌓아두고 보관할 만큼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외국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하면서 카드 사용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55%에 다가서며 결제 시스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재준 신한베트남은행 본부장은 “베트남 정부가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국유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한 신한은행 지점에서 현지인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도약'위해 규제 손질하는 베트남 =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경제 성장을 이뤄낸 베트남은 한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여 체제 정비와 관련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해외 투자자에게 영향이 큰 투자법과 기업법, 주택법을 개정해 2015년 7월1일부로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기존 투자법에서 13개 조항을 줄여 76개 조항으로 정비한 뒤 외국인 지분율이 51% 미만일 경우에는 법인설립 허가만 받으면 되도록 완화했다. 또 법인설립 관련 인증서 발급 시일을 단축하고 관련 기준을 조정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비자 승인을 받은 외국인들에게는 상업 주택 단지로 지정된 모든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크고 작은 규제를 손보면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이 공산당 1당 체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법률 정비나 개정 방침을 정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무역과 경제 부분에선 그 어떤 국가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1당 체제가 경제에 경직성을 주기보다 오히려 안정감을 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亞 동반성장 디딤돌


여기에 올해 1월 기준 총 12개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참여해 세계 주요 경제권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도 베트남의 통상환경을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과는 2015년 12월 FTA가 발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예고에 따른 영향이 베트남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TPP를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의 이탈이 잇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TPP를 대체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준비되고 있는데다 그동안 각종 협정과 무역협상을 진행해 온 경험 자체가 베트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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