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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씨 어머니, 문재인 찬조연설…"치범이가 바라던 세상 만들어 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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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씨 어머니, 문재인 찬조연설…"치범이가 바라던 세상 만들어 주실 분" 故 안치범 씨 어머니 정혜경 씨와 대선후보 문재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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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한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일이 초인종을 눌러 이웃을 대피시키고 정작 자신은 사망한 '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씨의 어머니 정혜경 씨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문재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30일 정씨는 SBS에서 방송된 문 후보 찬조연설에 참석해 "한 나라의 대통령은 나라를 굳건하게 하고 잘 살게 하는 큰일도 해야 하지만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를 가리켜 "치범이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어 주실 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자신의 아들이 생전에 문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뒤 "유품을 정리하던 중 치범이가 사놓고 신지 못한 새 운동화를 보고 '살아있다면 어디에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편과 의논 끝에 문 후보에게 드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과거 남편과 함께 문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도 다른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국가와 정치권은 그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국민이 안전하고, 상식과 정의가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아들처럼 뛰어 달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문 후보가 대전 국립현충원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했을 때 의사자로 지정된 고인의 가묘를 찾은 일을 언급하며 "'이 분은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분이구나. 그러니 국민의 아픈 마음도 헤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치범이가 저세상으로 가고 나서야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지도자가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게 됐다"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실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후보가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 자기의 권위가 아닌 국민의 권위를 세우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던 정씨는 연설 말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정씨는 "아직도 엄마는 네가 그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네 방에 불을 켜놓고 있다"며 "5월 9일, 투표하고 좋은 소식 갖고 네게 찾아갈게"라고 인사했다.


한편 정씨 부부는 지난 2월 문 후보의 싱크탱크 국민성장이 주최한 '안전한 대한민국' 포럼에 참석해 "아들 뜻을 대신한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과 함께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 다음은 정혜경 씨의 찬조연설 전문


안녕하십니까.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주부 정혜경라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정치같은건 잘 모르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하루종일 남편과 아이들, 살림 걱정이 다였죠.
그랬던 제가 오늘 이런 자리에 서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스물여덟살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간 제 아들 치범이를 위해,
그리고 저처럼 자식 가진 부모님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생각하기 고통스럽지만 제 아들 치범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치범이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우가 되고 싶어서
학원 가까운 곳에 원룸을 얻어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9월 9일 새벽 네시쯤이었습니다.
원룸건물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스물한개의 원룸이 있는 5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청년 하나가 건물에서 뛰쳐나와 119에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청년은 층층이 다니면서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불이 났어요’ ‘어서 나오세요’


새벽이라 한창 곤하게 잠들어 있던 주민들은
그 소리에 깨서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청년은 건물 밖으로 나와 몇 명이 나왔는지 확인하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불길은 점점 거세져 있었습니다.
목이 따갑고 숨이 막혀옵니다.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궈진 현관문을 손으로 두드립니다.
쾅쾅쾅!
문이 뜨거워서 손바닥이 쩍쩍 달라붙습니다.
‘불이야, 불이야’
초인종도 누릅니다.
‘일어나세요. 빨리 나오세요’


그 사이 소방차가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원룸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무사히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주민 중 누군가가 외칩니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방독면을 한 소방대원들이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5층 옥상입구에 청년 한명이 쓰러져 있습니다.
연기에 까맣게 그을려 질식한 채로 쓰러져 있는 청년.
초인종을 누르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그 청년이었습니다.


청년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옷을 벗기자 목부터 가슴까지 까맣게 타들어가 있었습니다.
수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청년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열흘하고 삼일이 지난 뒤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웃을 모두 살리고 자신은 세상을 떠난 청년의 이름은
안치범. 제 아들입니다.


치범이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왜 하필 내 아들이었을까?’
‘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렇게 했을까?’
‘네가 그렇게 가버리면 엄마는 어떻게 살라고 그랬을까...’


혼자서 숨죽여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때 조금더 따끔하게 얘기할걸. 후회도 됐습니다.


그 일이 있기 얼마 전이었어요.
치범이는 거실 소파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고
저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티비에 다른 사람을 구하고 자기는 죽은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어요.


‘치범아 너는 혹시 저런일 있으면 절대로 나서면 안돼.
이 세상에서 제일로 소중한게 자기 목숨이야.’


그러니까 치범이는 그러더군요.


‘옆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데 어떻게 모른척 할 수가 있어.
그리고 내가 남을 도와야 남도 나를 돕지.
엄마도 내가 어려운일 겪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주길 바랄거 아냐.
그러니까 엄마,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


저는 뭐라고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아들이랑 다투기 싫어서,
그리고 또,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겁니다.
그때 내가, 절대로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했어야 했는데....
정말 많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랬더라도 치범이는 아마
자기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다른 사람을 도왔을겁니다.
그러다 목숨을 잃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치범이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동안
친구와 선배, 후배들이 정말 많이 치범이를 찾아왔습니다.
알바시간을 서로 맞춰가며 치범이 곁을 계속 지켜주었어요.
치범이가 자기 고민상담을 해주었던 이야기,
학원에서 조별과제를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나서서 했던 이야기 등을 저한테 해주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아, 우리 아들이 그랬었구나. 우리 치범이가 잘 살고 있었구나.
그래서 지금 외롭지 않겠구나. ’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됐습니다.


아들 치범이를 떠나 보내는 날,
마지막으로 아들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치범이의 귓가에 대고 말해주었습니다.


‘잘했다 아가야. 잘했어. 잘했어...’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는 세상.
서로 돕는 의로운 일하는게 당연한 상식이 돼서
모두가 맘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바랐고, 용기있게 행동으로 옮긴
제 아들 치범이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군인이셔서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성향도 보수쪽에 가까웠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은근히 주변에
보수 쪽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었죠.


그런데 성인이 된 아들 치범이는 저와 정치적인 성향이 달랐어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아들과 종종 부딪혔지만
그럴 때마다 말을 돌리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이 그렇게 가고 보니
아들이 살고 싶었던 세상에 대한 꿈을
엄마가 대신 이뤄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치범이 아빠가 어느날 이런 글을 쓴걸 봤어요.


‘치범아 아빠는 요새 후회도 많이 하고 반성도 많이 하고 있다.
너한테 용돈 넉넉히 주지 못한 거, 너하고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거,
아버지라면서 아들이 하는 얘기 귀담아 듣지 않은거.
네가 정권을 교체해야 되고 문재인 후보를 찍으라고 할 때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세상에 불만만 잔뜩 갖고 있는 놈이 하는 사설이다 생각하고
아버지는 다른 후보를 찍었지.
그 결과 우리나라가 지금 이지경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전에 가족 모두 노래방에 갔을 때
네가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를 불렀던게 생각이 난다.
그 노래 중에 “아버지 왜 그렇게 사셨나요?”라는 가사가 있지.
그 때는 아빠의 고단한 삶의 일면을 네가 알아준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었는데 요새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진짜 아빠는 그동안 선입견, 고정관념 이런 거에 포로가 돼서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저희 부부가 이런 생각을 하며 치범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사놓고 아직 신지 못한 새 운동화가 있는 걸 보았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하얀색 운동화였어요.


치범이가 살아있다면 그 운동화를 신고 어디에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와 남편은 의논 끝에, 치범이의 운동화를
우리 치범이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어주실 분에게 드리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그 운동화를 받아들고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 운동화 한 켤레에 담긴 한 청년의 인생과 꿈, 그 무게감을
그분은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남편은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국민도 다른 국민을 돕기 위해 이렇게 목숨을 바치는데
국가와 정치권은 그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국민이 안전하고, 상식과 정의가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에 우리 아들처럼 뛰어주세요’


문재인 후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은 뜻하지 않게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님과 가족들이
위로받을 시간이지, 제가 격려 받을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사양하지 못한 것은
치범군 부모님의 절실한 목소리에 누군가는 응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당연히 고귀한 희생에 대해 응답해야 합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뉴스를 보게 됐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전 국립현충원에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하면서,
의사자로 지정된 우리 치범이의 가묘를 찾았다는 기사였어요.


문재인 후보가 치범이의 나무비석을 붙잡고
애도를 하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뭐라 말해야 할까요?


바쁜 분이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텐데...
우리 치범이를 기억하고 찾아주셨구나.
이분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분이구나.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분이구나.
그러니 국민의 아픈 마음도 헤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나라를 굳건하게 하고 잘살게 하는
큰일도 해야 하지만,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치범이가 저 세상으로 가고 나서야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지도자가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든든한 대통령,
국민이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주실 것 같습니다.


‘정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만이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사람은 자기의 잘남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착한 사람은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살리죠.
그래서 저는 문재인 후보가 국민들을 섬기는 대통령,
자기의 권위가 아닌 국민의 권위를 세우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하늘나라에 있을 제 아들 치범이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치범아
시간이 어떻게 가는줄도 모르는 사이, 겨울이 가고 벌써 봄이 왔어.
시간은 참 잘도 가고 있구나.
하지만 엄마는 지금도
너를 볼수도 네 목소리를 들을수도 없다는 것이 믿을수 없어.
네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살리고 떠났다고 사람들이 상을 주어도
엄마에겐 너무 큰 아픔이야.
네가 엄마에게 무슨짓을 하고 간거니?


너는 엄마가 해주는건 뭐든지 맛있게 잘먹는 착한 아들이었지.
얼마전에는 네 큰 매형이 온다고 하여
갈비찜을 준비하는데 막 눈물이 흘렀어.


‘엄마밥은 집밥이 아니야’ 칭찬하면서 맛있게 먹던 네모습이 떠올라서...


치범아 보고싶다. 내새끼.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고 나니 고기 한점이라도 더 먹일걸.
작년 네 생일에, 나가서 먹지 말고 집에서 미역국에 밥해줄걸.
후회가 밀려온다.


아직도 엄마는 네가 그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네 방에 불을 켜놓고 있다.
예전에 항상 네가 늦게 들어올 때마다 방불 켜놓았듯이...


치범아. 이제 너의 바람은, 엄마와 아빠의 바람이 되었어.
또 많은 국민들이
착한 사람이 존중받는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5월 9일 투표하고 좋은 소식 갖고 너에게 찾아갈게.
안녕.
감사합니다.






디지털뉴스본부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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