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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엄마라서 미안해"...세상에서 가장 슬픈 '지지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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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어머니가 쓴 하늘나라 편지는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조차 가슴 메이게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하지만 다음 생애에서는 부디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말거라. 대신 돈 많고 권력 있는 집의 아들로 태어나 너도 미국 국적 가지고 누구처럼 군대 가지 말고 행복하게 네 천명만큼 살아 보거라. 미안하다. 내 아들아. 이 못난 엄마가 네 엄마라서."

28일 국회는 하루 종일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연달아 있었다. 전국시도의사회, 문화예술인, 민간보육인, 한국치매협회, 전국민간장기요양기관, 한백통일재단,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 리모델링사업자, 한국애견협회 및 한국인명구조견협회, 한국뷰티산업진흥원, 전국 불자 3000인 등이 연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의무복무 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의 역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차분했고, 조용했다.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은 비통했다는 말이 맞았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는, 자신들의 염원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들렸다. 어쩌면 지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 같았다.

"오늘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군에서 아들을 잃고, 또 누군가는 딸이나 남편을 잃고 비통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처지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내심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자리에 서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남다른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니 뭐니, 사실 저희는 잘 모릅니다. 아들딸 낳아 그 자식을 잘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것이 엄마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아들을 의무복무 제도하에서 누구처럼 기피하지 않고 군에 입대시켰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국민의 의무인 줄 알았고, 그렇게 하면 제대하여 다시 엄마의 품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군 복무를 위해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의 청년들이 입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매년 평균 130여명의 군인이 죽어가고 있으며 그중 2/3는 군 당국의 독자적인 수사를 거쳐 자살로 처리된 후 아무런 예우 없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역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전화벨이 울리면서였습니다. 부대에서 걸려온 전화는 내 아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군에 가기 전까지 멀쩡했던 내 아들이 왜 죽었냐고 물었으나 군부대 높은 분은' 자살이니 어서 시신을 가져가라'는 닦달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자살로 처리된 군인 유족에게 이 나라가 해주는 예우가 딱 두 가지뿐이라는 점 말입니다. 자살을 인정할 경우에만 주는 장관 위로금과 죽은 아들의 시신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줄 알았다면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대에 보낼까요. 우리 품 안에서 멀쩡했던 아들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우린 그렇게 빼앗겼습니다. 스스로 목을 매었고, 또 총을 쏴 자살했으니 군대 책임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토로하듯이 말했다. 선임병사들의 가혹 행위로 사망했던 윤 일병의 이야기를 했다. 송구하다면서도, 또 스스로를 잔인하다고 표현하면서 이들은 "'윤 일병의 부모님이 부럽다'며 울었다"고 토로했다. 적어도 윤 일병의 부모님은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지 않냐는 것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부모는 적어도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부모가 부럽다는 절규였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군 의문사 유족 중에서는 그 아들들을 가슴에조차 묻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군 병원 냉동고와 창고에는 98년 사망한 군인의 시신 두 구를 비롯하여 총 100기가 넘는 유해가 사실상 방치되어 있습니다. '사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유족이 아들의 시신을 인수 거부한 가운데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시신을 수십 년 씩 냉동고에 넣어둔 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러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심정을 우리나라 높은 분들은 얼마나 알고 계실까요? 얼마나 더 목 놓고 우리가 울어야 화답해 줄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합니까?"

이들은 문 후보를 지지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6년 출범했지만, 2009년 12월 해체된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출범시켜 군 의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정당 소속인 문 후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 후보를 두고서 "노 전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분이기에, 그리고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해 오신 분이기에 우리의 절박한 호소에 문 후보가 화답해 주실 것으로 저희는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 후보에게 지지선언을 하면서 호소했다. 이들은 "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출범시켜 군에서 가족을 잃은 부모와 그 형제들에게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여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 아들이, 우리 딸이, 그리고 내 남편이 어떤 경위로 죽었는지 밝혀 달라는 것조차 ‘예산 낭비’라니, 너무도 치욕스러웠습니다. 징병제하에서 사실상 공짜로 부리다가 죽었는데 그 죽음의 의혹을 밝혀달라는 것조차 사치라고 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말하는 국가란 말입니까?"


자식을 잃은 부모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이 일에 나선 것은 보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들이 바람이 이뤄진다면 또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줄고, 억울함이 없는 군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닙니다. 아들을 잃고 그것으로 팔자 고치려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밝혀진 진실에 따라 대한민국이 그 불쌍한 청년들의 죽음을 순직 안장해 달라는 호소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결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군인의 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이 땅의 또 다른 부모님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 법은 필요합니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해체된 2009년 이후 오늘까지도 많은 군인이 군에서 죽어갔습니다. 지난 1948년 이후 오늘까지 약 3만9000여명이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이를 나눠보면 한 해 평균 600명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 없이 죽어갔습니다. 군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한 해에 두 번씩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인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의혹과 의문을 제기되었으나 군 수사는 늘 유족 편이 아닌 군대의 편에서 말해 왔습니다. 이것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건을 군이 혼자 수사하고 또 결론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공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먹먹한 듯 말을 좀처럼 잇지 못했다.


"정치적 단체가 아니다 보니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게 어색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자식을 먼저 보냈던…. 그 부모의 마음으로 진상을 밝혀달라는 절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단체가 지지 선언을 하지만, (이 지지선언은)유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억울함을 풀어주는 계기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자식이 군대 사병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더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우리같이 징병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군 복무는 헌법적 의무입니다. 또한, 우리의 젊은이를 군이 잘 돌아주는 것또한 책무입니다. 이 지지 선언과 지지 선언의 이유를 무거운 마음으로 문 후보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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