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 남중국해 우려 담은 공동성명 '불발'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 고조와 중국의 군사기지화에 대한 우려를 담기로 했던 의장성명 발표는 물론 한반도 위기에 관한 공식 언급도 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30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세안은 공동 성명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 따른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담을 예정이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아세안 비회원국인 중국이 의장국인 필리핀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벌이고 의장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배려하면서 의장성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의장성명 발표가 무산되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에 관한 아세안의 공식 입장표명도 무산됐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각국 정상들을 면담하면서 "북한이 모든 형태의 도발 행위를 중단하게 하려면 아세안이 강경한 입장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태도를 바꿔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것이 아세안의 임무"라면서 "북한이 하는 행동이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입장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의장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세안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반도에 항공모함을 보낸 미국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아세안 정상회의의 입장이 빛을 바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