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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43]Wild Cherry-Wild Cherry(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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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소년들의 까만 음악, 펑크(Funk)의 스탠다드 넘버가 되다

[서덕의 디스코피아 43]Wild Cherry-Wild Cherry(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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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목소리를 가진 백인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샘 필립스(Sam Phillips)의 말은 엘비스를 통해 사실이 되었다. 이는 와일드 체리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윙스(Paul McCartney & Wings), 엘튼 존(Elton John) 등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했던 1976년의 빌보드 차트에서도 와일드 체리는 단연 돋보이는 신인이었다. 이들의 히트 싱글 ‘플레이 댓 펑키 뮤직(Play That Funky Music)’은 평생 펑크(Funk)만 해온 흑인 거장의 음악 같지만 와일드 체리는 백인 4인조 밴드다.


와일드 체리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롭 패리시(Robert Parissi)를 중심으로 오하이오에서 결성된 록밴드였다. 메이저 데뷔 이전 한 차례 해체했지만 이내 재결성했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디스코나 펑크 등 댄스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노래 속의 가사(“Play That Play Funky Music, White Boy”)은 이 시절에 주로 듣던 말이다.

이들의 데뷔앨범에서 가장 비범한 곡은 역시 ‘플레이 댓 펑키 뮤직’이다. 도발적이며 세련됐다. 특히 기타리프는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의 그것만큼이나 뇌리에 선명히 남으며 곡 전체에 주체 못할 그루브와 즐거움이 가득하다. 펑크와 록, 디스코가 가미된 이 곡의 흥겨움은 앨범의 성격을 대변한다, ‘플레이 댓 펑키 뮤직’에 이은 ‘더 레이디 원츠 유어 머니(The Lady Wants Your Money)’나?‘99½’, ‘돈 고 니어 더 워터(Don't Go Near The Water)’까지 모두 댄스플로어에 어울리는 곡들이다.


아무래도 앨범 안에서 첫 곡과 비견할 곡을 찾기가 어렵다. 다른 곡들이 모자란다기보다 첫 곡이 워낙 대단하다. 거기에 ‘아이 필 샌티파이드(I Feel Sanctified)’는 명백하게 ‘플레이 댓 펑키뮤직’의 재탕이며 ‘왓 인 더 펑크 두 유 씨(What In The Funk Do You See)’는 첫 곡의 변종이다. 오히려 첫 곡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운 ‘홀드 온(Hold On)’이 돋보인다. 전형적인 블루아이드 소울(Blue-eyed Soul)인 이 곡은 분명 와일드 체리답지 않지만 낭만적이며 우아하다.

와일드 체리의 데뷔 앨범은 ‘플레이 댓 펑키 뮤직’에 매료된 팬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앨범이지만 남긴 것도 ‘플레이 댓 펑키 뮤직’뿐이다. 밴드는 1979년까지 매년 앨범을 내며 부지런히 활동했지만 종착역은 ‘마이 샤로나(My Sharona)’를 히트시킨 낵(Kanck)과 함께 원히트 원더를 대표하는 뮤지션. 하지만 ‘플레이 댓 펑키 뮤직’은 스탠다드 넘버로 남아 드라마, 영화, CF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CF 컬렉션’같은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성실히 출석한다. 이 곡이 지닌 원초적인 활기가 펑크 애호가들뿐 아니라 각기 다른 취향을 지닌 대중들에게도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Wild Cherry》는 70년대의 유행을 넘는 보편성을 지니며 잘 만든 작품은 취향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다. 지금도 어딘가의 라디오에서 꾸준히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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