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5일 4차 TV토론에서 밝힌 ‘동성애 반대’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문 후보가 이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반면 문 후보에게 돌발질문을 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돼지발정제’ 논란을 일부 잠재우는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TV토론에서 동성애 이슈의 ‘정답’을 말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홍 후보는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TV토론에서 문 후보를 향해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문 후보는 "반대하죠"라고 답했다. 이후 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은 반대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반대 발언은 취소하지 않았다.
TV토론회 후 정치권에서는 가톨릭 신자인 문 후보가 동성애에 보수적인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이야기했다는 해석과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왔다.
문 후보는 이 발언으로 뜻밖의 후폭풍에 맞닥뜨렸다. 문 후보에게 우호적인 진보매체 ‘민중의 소리’는 27일 사설을 통해 "문재인 후보는 애초에 그 질문이 틀렸다고 답했어야 한다"면서 "물을 수 없는 질문에 찬성 반대로 대답한 순간 문재인 후보의 인권의식은 그 바닥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관계자 10여명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에게 항의하기 위해 갑자 뛰어들었고, 이를 저지하는 당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반면 동성애 화두를 던졌던 홍 후보는 계산된 편가르기 전략으로 기대 밖의 소득을 얻었다. 홍 후보는 소수자인 동성애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방법으로 종교적 보수표를 결집시키고 자신을 괴롭히던 ‘돼지발정제’논란까지 일부 잠재웠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인 김어준 씨는 "문 후보가 홍 후보의 큰 기술에 걸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 역시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 심 후보는 문 후보의 동성애 발언에 대해 "동성애는 찬성과 반대를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TV토론이 끝난 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심 후보의 발언은 진보정당이 왜 존재하는지를 잘 보여줬다는 호평이 나왔다.
정의당은 지지층 결집 효과도 봤다. 임한솔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토론이후) 당사에 격려와 후원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며 "후원금은 평소의 4~5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고, 당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의 수는 평소 한달 치에 맞먹는다"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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