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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선후보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가져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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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선후보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가져온 '효과' 이초희 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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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취업도 어렵고, 막상 취업해도 학자금 대출 갚느라 허리가 휜다. 20대 태반은 백수를 뜻하는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는 이같은 우울한 세태를 반영한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공약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일자리 해결이다. 누구는 노량진에서 고생하는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해 공직 일자리를 81만개나 만들겠단다. 또 다른 이는 청년 창업을 내세웠다. 누구든 새 대통령이 되면 취업문제는 단박에 해결될 듯 하다.

대선후보들이 구직난 해소에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는 최근 유통업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청년층 취업은 안되지만 나이 지긋한 시니어 '취준생'들의 취업 열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하나같이 나이 지긋한 50~60대 장년의 인재들이다. 살아온 세월이 있는 만큼 모두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대법원 헌법재판관 출신부터 서슬퍼런 국세청 고위관료, 제3의 사정기관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까지 '인생 2모작'을 꿈꾸는 구직자들이 유통업계로 몰려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대선후보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 때문이다. 선거시즌이 되면 한 표가 아쉬운 대선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모양새는 다르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풀어주고, 늘려주고, 확대해주겠다 정도로 요약된다.


대기업 규제는 풀어주고, 중소기업 지원금은 늘려주고, 저소득층 복지를 확대해준다는 게 일반적인 공약 세트메뉴다. 그런데 유통업체들에게는 저 셋 중 없는 '규제'를 늘리는데 혈안이다. 일종의 스페셜 메뉴다.


한때 유통가를 흔들었던 규제가 대형마트 영업시간과 일수 제한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소비자와 마트 납품업체들의 피해는 컸다.


결과야 어찌됐든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선의가 있었다고 믿는다. 젊은 맞벌이부부들이 찬거리를 사러 한밤중에 대형마트에 안 가나도 되니, 금슬이 좋아졌을거라고 믿어보자.(그런데도 왜 출산율은 안 오를까)


대형마트에 이어 이번 대선 후보들의 타깃은 복합쇼핑몰이다. 몇몇 후보들은 복합쇼핑몰의 주말영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좋은 생각이다. 사실 쇼핑몰에 가보면 쇼핑하는 사람보다 영화를 보거나 스파를 하거나, 먹거리를 찾는 가족 나들이객들이 더 많다. 일주일 내내 바쁘게 일한 가장들은 주말이 되면 나들이가자는 아내와 아이들의 등쌀에 먼 곳에 있는 복합쇼핑몰까지 차를 몰고 나서야 한다. 그렇다. 우리 대선 후보들은 이런 가장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가까운 동네 시장에서 가족소풍을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한복판에 워터파크를 짓고, 명품관과 쾌적한 푸드코트도 들여다 놓고 수천대는 너끈히 소화하는 주차시설을 만들어 놓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선후보들 화이팅.


다시 취업 얘기로 돌아가보자. 대선 후보들의 원대한 계획에 놀란 유통업체들의 반응이 볼 만하다. 당태종의 침입에 연개소문이 "올 테면 와라"라고 맞서듯 방탄 사외이사 영입에 한창이다. 대선후보들 덕분에 유통업계에 전직 관료 채용 박람회가 열린 셈이다. 어쨋든 일자리는 창출된 셈.


사외이사는 기업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다. 고위 공직자를 영입하는 유통사들의 속내는 그들이 발휘할 전관예우의 힘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의 작전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는 사외이사라고 쓰고 거수기라고 읽는데…. 대선후보들의 규제 폭탄으로 골목상권이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갈 곳 없는 퇴직 공직자들의 노후는 '로맨틱, 성공적'이다. 역시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초희 유통부장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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