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와인이야기]보르도 와인과 알리에노르

시계아이콘01분 3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이 여인 바람기 때문에 유명해진 보르도 와인

1000년 경 프랑스는 지방 호족 세력이 막강했다. 물론 싸우면 왕이 이기지만, 얻는 것에 비해 손실이 크기 때문에 지방 호족들에게 적당한 감투를 하나씩 주던 시절이다. 당시 아키텐, 노르망디, 부르고뉴 등은 공작 령이었고, 샹파뉴, 브르타뉴, 앙주 등은 백작이 다스리고 있었다. 왕인 루이 6세는 고려시대 왕건과 같이 결혼을 잘 하면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아들(루이 7세)을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아키텐의 공주 알리에노르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면 이 땅이 왕실로 편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알리에노르는 지금의 리무쟁부터 피레네 산맥에 이르는 남서부 지방을 가지고 있었으나, 왕이 별로 맘에 안 드는지라 자신의 영토를 왕실에 편입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을 승낙했고, 맘에 안 드는 루이 7세와 결혼생활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루이 7세는 수도사가 되려다가 형이 죽은 다음에 세자가 돼 다소 수도승 같은 면이 있었다. "영국 왕에게는 없는 것이 없다더라. 금은, 보석, 견포 무엇이든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한다. 내가 프랑스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빵과 와인 그리고 걱정 없는 유족한 생활뿐이다." 그러나 왕비는 결혼생활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다녔다. "나는 국왕이 아니라 신부하고 결혼했다"라고 떠들었으며 숙부와 스캔들, 노예와 스캔들 등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러다가 알리에노르는 딸만 둘 낳은 상태에서 제2차 십자군원정 때 왕과 동행을 했는데, 이때도 여러 가지 부정한 행동을 했고 미모의 사라센 노예를 가까이 했기 때문에 안티오키아에서 송환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서 알리에노르는 화신과 같은 정렬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건장한 영국의 젊은 왕자 헨리 플랜테저넷(앙주의 백작)과 눈이 맞았다. 왕은 당장이라도 바람기 많은 왕비와 결별을 하고 싶었지만, 수도원장은 국왕에게 인내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수도원장이 죽은 후 이혼은 불가피했다.


1152년 이들은 이혼(당시는 이혼이 아니고 결혼 무효)을 했다. 알리에노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달 후에 12살 연하인 헨리 플랜테저넷과 결혼했고, 2년 후인 1154년 헨리는 영국의 왕(헨리 2세)이 됐다. 알리에노르는 두 나라의 왕비를 해본 여자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된다. 헨리 2세는 덕분에 잉글랜드는 물론 어머니의 땅인 노르망디, 브르타뉴(1158년 합병)와 아버지의 땅 앙주에다 알리에노르 소유령인 아키텐까지 프랑스 왕국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프랑스는 여기 저기 와인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르도라고 해야 괜찮은 와인이 나오는 곳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지만, 영국은 보르도라는 최고의 와인생산 지역을 확보하고, 장사꾼 솜씨를 발휘해 유럽전역에 수출하면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보르도는 와인의 명산지로 명성을 쌓아가게 된다. 영국 덕분에 와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보르도 사람들은 프랑스보다는 영국에 가까워졌고, 급기야 백년전쟁 때 창을 거꾸로 들고 영국 편을 들게 될 정도였다.


헨리 2세와 알리에노르 사이에서 훗날의 사자왕 리처드가 나왔고, 헨리 2세가 끔찍이 사랑하던 막내아들 존은 왕이 된 후에 마그나 카르타라는 최초의 왕권 제한으로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된다. 그리고 프랑스 국토의 절반을 차지한 영국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백년전쟁도 이 여자의 치마폭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알리에노르라는 여자의 바람기 덕분에 보르도는 세계적인 와인의 대명사로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