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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보르도 와인과 알리에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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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 바람기 때문에 유명해진 보르도 와인

1000년 경 프랑스는 지방 호족 세력이 막강했다. 물론 싸우면 왕이 이기지만, 얻는 것에 비해 손실이 크기 때문에 지방 호족들에게 적당한 감투를 하나씩 주던 시절이다. 당시 아키텐, 노르망디, 부르고뉴 등은 공작 령이었고, 샹파뉴, 브르타뉴, 앙주 등은 백작이 다스리고 있었다. 왕인 루이 6세는 고려시대 왕건과 같이 결혼을 잘 하면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아들(루이 7세)을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아키텐의 공주 알리에노르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면 이 땅이 왕실로 편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알리에노르는 지금의 리무쟁부터 피레네 산맥에 이르는 남서부 지방을 가지고 있었으나, 왕이 별로 맘에 안 드는지라 자신의 영토를 왕실에 편입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을 승낙했고, 맘에 안 드는 루이 7세와 결혼생활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루이 7세는 수도사가 되려다가 형이 죽은 다음에 세자가 돼 다소 수도승 같은 면이 있었다. "영국 왕에게는 없는 것이 없다더라. 금은, 보석, 견포 무엇이든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한다. 내가 프랑스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빵과 와인 그리고 걱정 없는 유족한 생활뿐이다." 그러나 왕비는 결혼생활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다녔다. "나는 국왕이 아니라 신부하고 결혼했다"라고 떠들었으며 숙부와 스캔들, 노예와 스캔들 등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러다가 알리에노르는 딸만 둘 낳은 상태에서 제2차 십자군원정 때 왕과 동행을 했는데, 이때도 여러 가지 부정한 행동을 했고 미모의 사라센 노예를 가까이 했기 때문에 안티오키아에서 송환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서 알리에노르는 화신과 같은 정렬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건장한 영국의 젊은 왕자 헨리 플랜테저넷(앙주의 백작)과 눈이 맞았다. 왕은 당장이라도 바람기 많은 왕비와 결별을 하고 싶었지만, 수도원장은 국왕에게 인내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수도원장이 죽은 후 이혼은 불가피했다.


1152년 이들은 이혼(당시는 이혼이 아니고 결혼 무효)을 했다. 알리에노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달 후에 12살 연하인 헨리 플랜테저넷과 결혼했고, 2년 후인 1154년 헨리는 영국의 왕(헨리 2세)이 됐다. 알리에노르는 두 나라의 왕비를 해본 여자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된다. 헨리 2세는 덕분에 잉글랜드는 물론 어머니의 땅인 노르망디, 브르타뉴(1158년 합병)와 아버지의 땅 앙주에다 알리에노르 소유령인 아키텐까지 프랑스 왕국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프랑스는 여기 저기 와인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르도라고 해야 괜찮은 와인이 나오는 곳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지만, 영국은 보르도라는 최고의 와인생산 지역을 확보하고, 장사꾼 솜씨를 발휘해 유럽전역에 수출하면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보르도는 와인의 명산지로 명성을 쌓아가게 된다. 영국 덕분에 와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보르도 사람들은 프랑스보다는 영국에 가까워졌고, 급기야 백년전쟁 때 창을 거꾸로 들고 영국 편을 들게 될 정도였다.


헨리 2세와 알리에노르 사이에서 훗날의 사자왕 리처드가 나왔고, 헨리 2세가 끔찍이 사랑하던 막내아들 존은 왕이 된 후에 마그나 카르타라는 최초의 왕권 제한으로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된다. 그리고 프랑스 국토의 절반을 차지한 영국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백년전쟁도 이 여자의 치마폭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알리에노르라는 여자의 바람기 덕분에 보르도는 세계적인 와인의 대명사로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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