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L";$title="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txt="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size="130,162,0";$no="2017041413292783146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기원전 수천년 전 발효된 포도주스에서 코르크마개로 밀봉한 세련된 모습의 현대 와인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와인은 신의 선물인 동시에 악마의 유혹이며,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예절과 교양의 상징이 되기도 하지만 술주정과 환락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성스러운 종교의식에 사용되는가 하면 관능적인 유혹의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또 와인이 건강에 좋다지만, 와인 때문에 건강을 망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와인 중에는 몇 푼 안 될 만큼 싼 것도 있고 상상도 못할 만큼 비싼 것도 있다. 이처럼 와인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고,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것이다. -로드 필립스(Roderick Phillips , 캐나다 역사학자)
◆와인 마시는 법= 우리나라에서 와인 좀 안다는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태도를 보면 가관이다. 와인 마시는 법이라면서 글라스의 볼을 잡으면 체온 때문에 온도가 올라간다고 반드시 가지를 잡아야 하고, 글라스를 기울여 색깔을 감상하고, 바로 마시지 말고 입안에서 와인을 머금고 돌려야 한다는 등 갖은 폼을 다 잡는다. 그러면서 에티켓, 매너가 어쩌고저쩌고,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한다는 등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면서 마신다.
또 와인의 향을 많이 나게 한답시고 이야기하면서도 한쪽 손으로 계속 와인글라스를 흔들면서 아까운 향을 전부 날려 보내고, 마실 때는 '후루룩 쩝쩝 짭짭' 그 소리가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태도다. 과연 와인 마시는 법이란 게 이런 걸까. 매너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일까.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재미로 와인을 배운 사람들이다.
매너 위주의 짧은 교육을 받고, 와인을 아는 척 하면서 와인 매너를 모르면 국제적으로 촌놈 취급을 받는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퍼뜨린다든지, 기본지식이 없는 채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여행하면서 화려한 와인을 마셔보았다는 이야기로 초보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왜 와인교육기관이나 책에서 '와인을 즐겁게 마시는 법'을 가르치지 않을까.
◆와인은 격식보다 지식으로 마시는 술= 와인을 마실 때는 몸에 밴 바르고 깔끔한 매너도 중요하지만, 어떤 와인이나 음식이 나왔을 때는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느 자리에서 와인이 나오면 "이 와인은 나폴레옹이 가장 즐겨 마시던 와인으로 전쟁터에 나갈 때마다 가지고 다녔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제격이다. 진정한 매너를 갖추기 위해서는 매너보다는 와인의 속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와인 책에 나온 대로 와인글라스의 가지를 잡고 기울여 색깔을 감상하고, 글라스를 흔들어서 향을 음미하며, 입안에서 혀를 굴려 마시다가, 옆 사람이 한국에서 온 와인 전문가인 줄 착각을 하고 그 와인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와인을 잘 모르는데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옆 사람은 신이 나서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줄 것이다. 어떤 쪽이 매너가 더 좋다는 말을 들을까.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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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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