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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4차산업혁명에 기반한 콘텐츠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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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4차산업혁명에 기반한 콘텐츠의 진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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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기로에 서 있다. 콘텐츠 산업의 위기는 단지 중국의 사드 보복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질적인 위기는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내생적인 한계에 다다른 데서 오고 있다. 일본에서 한류 드라마는 밀려난 지 오래고 중국에서도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게임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밀려 났고, 드라마나 방송 예능에서 중국은 한국 콘텐츠 수입을 넘어 자체 제작을 위한 한국 인력 흡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조만간 한국 시장에 '중류(中國流)' 열풍이 불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한류의 등장은 정부의 의도적인 정책과 노력으로 이룩된 것은 아니다. '겨울 연가'에서 시작된 일본의 한국 드라마 붐은 일본의 드라마 시장 조건에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일본 드라마 시장은 젊은 층 대상으로 이동해 중년 여성의 이탈을 초래하고 있었다. 겨울 연가는 비어 있던 중년 여성 취향의 일본 멜로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한 일본 여성은 TV 프로에 나온 배용준을 보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도를 하는 배용준의 우아한 자태는 기존의 한국인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 버렸어요'


게임도 그랬다. 중국에서 한국 게임이 맹위를 떨치던 2006년 당시 중국 문화부의 국장은 나에게 이렇게 털어 놓았다. '한국 게임은 중국 젊은이들의 머리 속을 지배하는 마약과 같다. 이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그 후 중국 게임은 한국의 게임을 필사적으로 모방, 드디어는 한국 게임과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한국의 게임사는 중국 게임 수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였던가.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성공에 따른 우리의 자만이다. '우리'라는 것은 정부와 민간, 양자를 말한다. 기업은 콘텐츠의 새로운 진화에 소홀했으며, 정부는 진화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아니 제공하지 않는 것을 넘어 각종 규제를 남발, 한류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게임 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점에서 지난 10년은 콘텐츠에 있어 '잃어 버린 10년', '암흑의 10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의 글로벌 확산은 새로운 기술과의 결합이 있기에 가능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성공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한국 게임이나 웹툰의 성공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 한류의 성공은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 반대로 일본 콘텐츠가 한국처럼 글로벌 폭발성을 가지지 못한 것은 바로 ICT와의 결합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향후 한국 콘텐츠의 진화는 새로운 혁신적 기술과의 결합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 4차산업혁명이 화두다.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VR) 같은 가상 기술의 등장은 콘텐츠의 기능과 역할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 관객은 제작자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단지 소비만 했다면 이제는 단순 소비가 아닌 콘텐츠 생성에 참여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에 기반한 콘텐츠는 제작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게임은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추어 스스로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 역시 관객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 전개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제작 방식과 콘텐츠 구성의 변화는 기존의 산업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개발자나 제작자들은 도태되느냐,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이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할 것이다.


퀀텀 점프(Quantum Jump)라는 말이 있다. 몸길이 3mm인 벼룩이 최고 33cm를 뛰어오른 것과 같은 도약을 말한다. 자신의 몸길이의 110배에 달하니 인간이라면 무려 200미터를 뛰어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4차산업혁명은 바로 이런 퀀텀 점프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이제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에 맞는 콘텐츠 진화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는 한국의 내생적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줄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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