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승마지원 등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이미 둘의 관계나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했음을 의심케하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와 주목된다.
이 부회장 측의 최씨 '인지 시점'은 뇌물혐의 입증의 전제인 대가성을 가리는 핵심 쟁점이다. 이 부회장 측은 법정에서 지난해 9~10월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질 때쯤 최씨의 영향력 등을 알았고, 따라서 그 전에 이뤄진 일체의 금전지원은 뇌물공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최씨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이 부회장 측의 논리를 뒤집는 증언을 했다.
김 전 차관은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2015년 6월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자금을 지원할 형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얘기해서 삼성이 최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015년 6월은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총회(2015년 7월17일)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승인이 결정되기 전이며, 김 전 차관의 주장은 합병 승인 전에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차관은 또 "2015년 7월23일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대통령께서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의아하고 충격적이어서 기억을 한다"고 말했다. 의아하고 충격적이었던 이유를 검찰이 묻자 김 전 차관은 "그 선수를 위해 삼성에 대통령께서 얘기를 했다는 게, 한 선수를 위해 부탁한 것이 저한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기억이 난다"면서 "그래서 제가 거꾸로 '정말이요?'라고 다시 물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의 증언은 이 부회장 측이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 전부터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했을 뿐 아니라 딸인 정씨에 대한 지원까지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년 9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1차 독대를 한 후 최씨가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14일 공판에서 "재단 출연은 청와대를 내세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요구에 의해 대가관계 없이 마지못해 이뤄진 것"이라며 "다른 기업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최씨가 재단 배후에 있다는 점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영향력을 알지 못한 채 청와대 강요에 따라 재단에 출연을 하고 정씨를 지원한 만큼 대가성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향후 진행되는 공판에서도 최씨에 대한 인지시점을 둘러싼 삼성과 특검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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