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무승 부진에 책임 느껴
광주FC전 끝난 후 퇴단 의사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2010년 6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에 있는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그리스가 만났다. B조리그 첫 경기였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 지 7분 만에 관중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성용(28)이 왼쪽 코너에서 차올린 프리킥을 이정수(37)가 밀어 넣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선제골, 그리고 승부를 결정하는 골이었다. 축구팬들은 2010년 월드컵을 떠올릴 때마다 이 장면을 잊지 못한다. 이정수는 '골 넣는 수비수'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정수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 선수다. 그러나 떠날 생각을 굳힌 것 같다. 수원 구단은 18일 "이정수가 최근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오늘 중으로 만나 정확한 얘기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정수는 지난 16일 광주FC와의 K리그 홈경기(0-0)가 끝난 뒤 퇴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동 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2월 친정팀 수원에 복귀한 이정수는 올 시즌 들어 이런저런 부상이 겹쳐 세 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팀이 1승도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광주와 0-0으로 비긴 다음 서포터스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책임을 느낀 듯하다.
이정수가 끝내 팀을 떠난다면 이적보다는 은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2002년 안양 LG(현 FC서울)에 입단해 프로 선수가 되었고 2004∼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다가 2006년 수원으로 이적해 2008년까지 활약했다. 수원에서 뛴 세 시즌 동안 일흔 경기에 나가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2009년 1월 일본 J리그 도쿄상가로 이적한 이후 가시마 앤틀러스를 거쳐 2010년 9월 카타르의 알 사드에 입단했다. 지난해 2월 수원으로 복귀, 스물일곱 경기에 나가 세 골을 넣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168경기 출전, 9골ㆍ4도움이다.
그는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축구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존재를 아로새겼다. 대표 팀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두 골이나 넣어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머리와 발을 함께 써서 득점, '헤발슛'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0-1로 뒤진 전반 38분 기성용이 크로스를 올리자 헤딩을 하려고 머리를 갖다 댔으나 공이 뚝 떨어지면서 다리에 맞고 들어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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