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세월호가 진도 맹골수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이후 1092일 만인 11일 마침내 땅에 올라섰다.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육상 거치 작업을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 시민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후 4시 목포신항 취재지원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후 3시 58분 세월호 선체 육상 거치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해수부는 본격적인 수색에 앞서 부식방지를 위한 선체 외부세척과 방역 작업을 한다. 또 선체 안전도, 위해도 조사를 거친 뒤 미수습자 가족, 선체조사위원회와 협의해 수색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가족을 품에 안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미수습자인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의 가족인 권오복씨는 기자와 만나 “이제 미수습자 9명부터 찾아야지”라며 “선체 안이 폭탄 맞은 것처럼 엉망이다. 정리부터하고 들어가야지”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육상 거치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철재부두에 거치된 세월호를 묵묵히 지켜봤다.
시민들도 세월호가 땅 위에 서자 졸였던 가슴을 쓸어 내렸다. 6살 아들을 데리고 목포신항을 찾은 목포시민 이모(35·여)씨는 미수습자의 사연이 담긴 현수막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연신 “어떻게”를 연발했다. 이씨는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안착하게 돼 다행”이라며 “이제 미수습자들을 하루 빨리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으면 한다”고 말한 뒤 눈물을 훔쳤다.
익명을 요구한 70대 여성은 “이게 왜 3년씩이나 바다에 있다 왔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옆에 있던 70대 남성도 “정부가 노력했으면 벌써 들어 올렸을 일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세월호를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홀로 이곳을 왔다는 김모(31)씨는 “목포에 바람이 많이 불어 거치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불안했는데 마무리가 잘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등 수 천 명의 시민들이 목포신항을 찾아 땅 위에 오른 세월호를 바라봤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목포신항을 찾는 시민들 수가 점점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목포=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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