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노우래 기자] "호젓한 13번홀, 꽃구경은 16번홀."
마스터스(총상금 1000만 달러)의 격전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의 최고 관전 포인트다. 패트런이 4만 명, 여기에 연습라운드 티켓을 가진 15만명을 더하면 하루에 무려 20만명에 가까운 구름 갤러리가 몰리는 무대다.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면 일찌감치 명당을 확보하는 남다른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에티켓 역시 엄격하다.
오전 7시부터 입장이다. 적어도 1시간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연습라운드 티켓이라면 일단 프로숍을 찾아 모자와 배지 등 기념품을 쓸어 담는다. 조기에 품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대회는 1번홀(파4) 티잉그라운드에서 오른쪽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왼쪽으로 한번 꺾으면 9번홀(파4)이 나온다. 바로 우승자가 탄생하는 18번홀(파4) 그린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입구에서 가장 멀지만 가장 다이나믹한 곳은 11~13번홀, 이른바 '아멘코너'다. 12번홀(파3) 그린 뒤편에 자리 잡은 13번홀(파5) 티잉그라운드는 특히 오거스타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다. 여기서부터 그린까지 진달래가 만개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5홀"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꽃구경이라면 16번홀(파3)도 괜찮다. 워터해저드와 빛이 나는 가문비나무 모래가 가득 채워진 벙커가 한 폭의 그림이다.
이동할 때는 절대 뛰어서는 안된다. 마스터스는 선수들의 플레이 보호로 유명하다. 미스 샷에서 박수를 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로프 안쪽으로 진입할 수 없고, 사인 요청도 아무데서나 할 수 없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미국)가 1949년 관람객 에티켓을 발표한 이후 매년 갤러리에게 가이드북을 나눠주고 있다. 첫 장에 '매너가 좋지 않은 갤러리는 즉시 퇴장'이라는 경고 문구가 무시무시하다.
사인이 필요하다면 유일하게 허용되는 연습 시설 근처인 클럽하우스의 워싱턴로드 주변으로 가야 한다. 개막 하루 전날 열리는 '파3 콘테스트' 9번홀 그린에서 사인을 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 전자장비는 당연히 소지할 수 없다.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연습라운드에서는 마음껏 찍어도 된다.
레이디 티가 없다는 게 재미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철저하게 백인 남성 우월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스너비클럽(Snobby club)으로 악명 높다. 2012년에서야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여성사업가 달라 무어가 첫 여성회원으로 입회했지만 여성용 티잉그라운드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토너먼트용 티와 회원용 티, 딱 두 구역뿐이다. 남녀노소 누구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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