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연기금의 책임투자를 촉구한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9초

 
  

[뷰앤비전]연기금의 책임투자를 촉구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AD

지난 2015년 UN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가 채택되고 이어 2016년 파리기후협정이 발효되면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빈곤 퇴치 같은 지속가능 발전 목표가 한갓 구두선이 아니라 각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구체적 정책 목표가 된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금이 소요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이를 위한 정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대안으로서 연기금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G20녹색금융연구집단, FSB기후관련재무보고TF, EU지속가능금융고위전문가위원회 등이 앞 다투어 지속가능한 금융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연기금이 지속가능 발전을 추동하려면, 투자 의사 결정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ESG)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통합하는 이른바 책임투자(RI)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책임투자는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같은 비재무적 성과도 함께 고려하고, 동시에 능동적인 주주권(active ownership)을 행사하는 투자를 지칭한다. 재무적 성과가 과거 이루어진 행위의 결과라면, ESG는 미래의 보이지 않는 기회와 위험으로서 미래가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임투자는 ESG 요소로 인한 미래의 부정적 위험을 줄이고, 그로 인한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지속가능 경제로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투자는 이제 세계 금융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다. 2006년 UN이 발표한 '책임투자원칙(PRI)'에 현재 운용자산 62조 달러에 달하는 약 1717 개 기관이 서명하고 있고, 전 세계 책임투자 규모는 2015년 말 기준으로 22.2조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민연금 등 6개 기관만이 PRI에 서명하였고, 책임투자 규모도 2015년 말 기준 7.9조 원으로 총 운용 자산의 0.2%에 불과한 실정이다. EU의 11.8조 달러(56%), 미국의 8.7조 달러(20%), 호주의 6천억 달러(47%) 등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 연기금의 책임투자 규모만 보면 2015년 말 현재 7.2조 원이고 그 가운데 국민연금이 6.9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속가능한 체제로 전환시키려면 특히 연기금이 책임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기금은 수익성만이 아니라 안정성과 공공성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ESG 분석을 통해 미래의 위험에 대처하고 반사회적 반환경적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책임투자가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2천여 실증 사례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ESG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경우 수익률이 벤치마크보다 더 높다고 한다.

문제는 제도와 시장 모두 미비한 점이 많다는 데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정보 공개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연기금 운용에 있어 ESG를 고려하게 하는 방안도 국민연금에만 적용될 뿐이다. 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ESG 정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특히 책임투자의 편익을 가장 많이 보는 자산소유주(asset owner)가 이들 전문가의 양성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곧 들어설 새 정부는 제도와 시장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연기금의 책임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를 촉구한다. 위에서 지적한 법적 제도적 정비와 아울러 책임투자로 생긴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해 추가적인 투표권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연기금도 ESG 전문인력 양성을 촉진하고, 자산운용사를 선정할 때 PRI 서명 여부나 ESG 전문인력 보유 현황 등을 확인하는 등 책임투자 시장의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