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이콘'으로 둘러싸인 세상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데스크칼럼]'이콘'으로 둘러싸인 세상 소민호 산업2부장
AD

'이콘'이란 용어가 있다.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의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란 책에 소개돼 있는데, 매사 합리적이이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행동경제학을 주창하는 이들이 흔히 이 용어를 사용한다고 돼 있다. 그런 이콘들이라면 허술하지 않은 치밀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 일일 듯하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명확한 인과관계 없이 막연한 기대감이나, 혹은 착각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발적으로, 혹은 강제적으로, 그것도 아니면 눈치를 보면서 빤히 보이는 손해를 감수한다. 단기적인 손익을 계산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득실을 판단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좁은 시각으로 접근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사람은 실수하며 살아간다고 하는 말에 쉽게 수긍을 하는 것 같다. 사소한 잘잘못을 스스로 용인해주고, 또 다른 사람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주는 관용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이 보다 삶을 여유있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은 사적인 영역에서나 통하는 법이다. 공적인 영역에서 잘못을 덮어주는 문화가 자리잡게 되면 구조적 부패와 부정을 만들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작년 하반기부터 목격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로인해 대통령이 임기 도중 탄핵되고 급기야 파면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오늘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아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현장에 출석했다.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지 20년만에 전직 국가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이나 그를 보좌한 수많은 참모, 비선실세는 이콘이 아니었을까. 잘못이나 부정한 행위를 하면서 그 위중함을 몰랐을까.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 그 맛에 취해 방조적이었던 것일까. 많은 질문이 꼬리를 문다.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화려한 경력이나 고상한 지위, 든든한 배경 등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잘못된 행위를 수없이 반복해왔을까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각양각색의 혜안을 가진 집단이 최악의 국정참사를 만들어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그동안 보여준 과거의 행적을 철저하게 부인하는 모습까지 보여오지 않았던가.


이 대목까지 이르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콘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무수히 벌어졌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또한 세월이 갈수록 교육에 의해 더 똑똑한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이에 질새라 인간의 지능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모두를 이콘으로서 생각하고 판단, 행동하게 만들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순간적인 착오, 착시 등이 있을 수 있고 감정이나 환경여건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하게 마련이어서다.


그럼에도 하나는 분명하다. 향후 탄생할 정권은 보다 장기적 안목, 넓은 시각을 가진 이콘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눈앞의 이익에 골몰해 '언 발 오줌 누기식'의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비선에 의존한 채 소통을 포기한 폐쇄적 문화 대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물밀 듯 나오고 있다.


이제 곧 4월이다. 시인 엘리엇(T.S.Eliot)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시에서 표현했다. 초록이 샘솟는 4월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뜻에서다. 대선 후보들이 새겼으면 한다.






소민호 산업2부장 sm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