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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야만(野蠻)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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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야만(野蠻)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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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문제에 대해 대선 주자들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단연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지사. 그는 "풀은 바람이 불면 눕지만, 요즘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자기가 눕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검찰이 눈치보고 있는 곳은 딱 한 군데다. 그 사람이 구속하라면 하고 불구속하라면 불구속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구속여부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중에 달려있다는 거다.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일까. 이런저런 해석들이 가능하겠지만 현 대선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후보를 일컫는다는 게 중론이다. 권력은 '바람'이고, 검찰은 '풀'이다. 그리고 검찰은 풀 가운데서도 영리한 풀이어서, 바람이 불기도 전에 권력 입맛대로 알아서 엎드린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현재 권력'이 사라진 마당에 이제는 여론조사 1등이라는 '미래 권력'이 시키는 대로 춤을 추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지가 알아서 눕는다는 영리한 풀이라니. 검찰로서는 모욕도 이만저만한 모욕이 아니다. 홍지사가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 "유죄가 확정되면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해괴 경박한 입방정을 떤 인물인지라 그의 예단을 가볍게 귓등으로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검찰은 홍지사의 진단대로 바람 불기 전에 알아서 먼저 눕는 권력 해바라기였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라는 점에서 그렇다. 비록 발화자가 홍지사이지만 그의 검찰 모욕적 언사는 그동안의 검찰이 보여준 행태에서 비추어 봤을 때 충분히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살며 생각하며]야만(野蠻)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검찰이 일관되게, 홍지사의 예언대로 권력 해바라기의 길을 갈것이냐, 아니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겠느냐이다. 며칠 전 우리 국민은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지만, 대통령만 헌법수호 의무를 지니고 있는게 아니다. 검찰도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타락하면 법치가 망가지듯, 검찰이 권력만 쳐다보고 홍지사 말대로 '지가 알아서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이 되면 법치주의가 산산조각난다.

법치가 무시되고, 법치에 기대는 일반 국민의 심리가 망가지면 어떤 꼴이 날까. 십수년전 일본의 한 법정에서 울려 나온 한 가장의 절규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자신의 일가족을 능욕하고 처참하게 살해한 살인범에 대해 법원이 기대 이하의 낮은 형벌을 선고하자, 이 가장은 "그럴거면 차라리 무죄를 선고하라"고 부르짖었다. 이 잔인 무도한 흉악범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서 자력으로 응징하겠다는 외침이었다. 모두가 동의하듯 법치주의는 그 출발점에 '사적(私的)복수'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범죄 피해를 당했더라도 국가가 알아서 국가 형벌권으로 응징하고 대신 복수해줄테니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보복하지 말라는 거다. 살인 등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모든 행위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대표격이 강요에 의한 뇌물수수이다. 뇌물 받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 취지는 다름 아닌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공정하고도 청렴하게 한다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라는 거라고 교과서에 나와있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뇌물범죄의 피해자는 최종적으로 국민, 바로 그 공무원을 신뢰했던 국민이라는 이야기이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국민의 피해자의 이름으로 그를 자력으로 응징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시스템을 버젓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국가 기관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검찰의 신병처리는 검찰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느냐의 중요한 가늠자이다. 홍준표의 예단대로 검찰이 수사 논리 아닌 권력 깍두기의 정치놀음을 하려 들었다가는 피해자격인 국민 일반은 앞의 일본 가장처럼 강력한 '사적 복수'의 충동에 빠질 수 있다. 피해자의 이름으로 자력 응징에 나서게 되면 법치는 산산조각나고, 세상은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야만 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그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이제 다시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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