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가 상승 움직임에 정부 "산지가 변동폭 크지 않고 물량도 충분, 모니터링 강화"
닭고깃값은 인상은 벌써 차단…AI 이후 올랐지만 이달 중순부터 하락세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계란 가격이 사흘 연속 오르며 다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요 증가를 이유로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이 슬금슬금 가격표를 바꾼 영향이다. 정부는 계란 소매가 인상 요인이 딱히 없다고 판단,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필요한 경우 소매점들에 닭고기처럼 계란값 인상 자제도 요청할 계획이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7372원으로 평년 가격(5517원) 대비 33.6%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계란 가격은 지난 22일 7300원을 기록한 뒤 27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가장 비싼 소매업체 가격은 8380원, 싼 곳 가격은 6500원이다.
앞서 계란값은 국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잦아들면서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다 지난 6일 미국산 계란 수입 중단 방침이 발표되자 다음날(7321원) 22일 만에 반등한 이후 내렸다 올랐다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계란 소매가 인상 요인과 관련, 유통업계는 새 학기를 맞아 초·중·고교 급식이 재개되면서 계란 수요가 증가해 산지 시세가 뛰었다고 설명한다. 미국 내 AI 발생으로 미국산 계란 반입이 전면 금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데이터를 보면 특란 10개 산지가는 지난달 16일 이후 1600원대를 유지하다가 신학기가 시작된 뒤인 지난 13일 1700원대로 올라섰다. 이윽고 23일(1811원) 1800원대를 돌파했고 24일(1822원), 27일(1832원) 오름세를 이어갔다.
현재 대형마트 '빅3' 중에선 이마트만 계란 가격을 올린 상태다. 이마트는 지난 23일부터 대란 한 판 가격을 기존 6680원에서 6880원으로 3%가량 인상했다. 롯데마트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산지가 상승에 따라 조만간 계란값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아직 인상 계획이 없다"고 전했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경쟁사 2곳이 가격을 올리면 자연스레 인상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현재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계란 한 판을 각각 6680원, 7990원에 팔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계란 산지가 변동 폭이 소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크지 않고 시중 유통 물량도 충분해 대형마트들의 계란값 인상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계란 유통 물량이 AI 발생 전보다 1.4배가량 늘어나 대형마트들이 받는 가격 상승 압력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산 계란 또한 소매 전단계에서 주로 유통돼 대형마트 계란값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평년 대비 30% 이상 높은 계란 소매가는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며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가격 동향을 매일매일 면밀히 체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유통업체들의 가격표 교체 움직임이 과도할 경우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시장 개입에 나설 방침이다.
대형마트들의 닭고기 가격 인상은 벌써 차단됐다. 이마트는 지난 23일 40여일 만에 닭고깃값을 올렸다가 정부 요청을 받고 철회했다. 5180원에서 5980원으로 15%가량 인상했던 백숙용 생닭(1㎏) 가격은 하루 만인 24일부터 다시 원래 가격으로 팔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육계 시세를 반영해 닭고깃값을 올렸으나 '업계 1위가 가격을 인상하면 여타 업체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인상 자제를 요청해와 내부 논의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닭고깃값은 AI 영향의 잠복기에서 벗어나며 다소 올라왔다. 지난해 AI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지난 1월31일 4890원까지 떨어졌던 도계 1kg 중품 평균 소매가는 2월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달 27일 기준 소매가는 5565원으로 짧은 기간 14% 정도 뛰었다. 설 연휴 뒤부터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다. 육계 1kg 도매가도 지난달 1일 2666원에서 이달 27일 3218원으로 20.7% 올랐다.
다만 닭고깃값은 이달 중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정부의 가격 안정 대책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설명했다. 지난 1~24일 기준 육계 산지 가격은 생체 kg당 2147원으로 1년 전(1372원)보다 56.5%, 평년(1864원)보다 15.2% 상승했다. KREI는 다음달 산지가도 닭고기 공급 감소 영향에 전년 동월(1240원)보다 38.3~51.7% 상승하는 가운데 이달보다는 하락한 1800원~2000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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