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등 영업 가능" VS "신뢰도 하락으로 매출 타격…손배소 위협도"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금융당국의 안진회계법인 징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중징계를 내렸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향후 안진회계법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4일 임시회의를 열고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묵인ㆍ방조ㆍ지시했다고 판단하고 12개월간 신규감사 업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안진회계법인은 금융위 의결일로부터 1년간 올해 회계연도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가 금지된다. 신규감사 업무 금지 대상기업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주권상장법인,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 등이다. 다만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감사차수 1~2년차 회사는 제외된다.
증선위는 또 증권신고서 거짓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2014년 위조 감사조서 제출에 따른 과태료 2000만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대우조선 감사업무제한 5년 조치도 함께 결정했다. 소속 공인회계사에는 등록취소ㆍ직무정지건의, 주권상장ㆍ지정회사 감사업무제한,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업무정지 수준과 과징금 조치는 내달 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날 의결되면 업무정지 기간은 의결일인 내달 5일부터 내년 4월4일까지다.
◆감사업무 가능한 비상장사가 상장수보다 많아…솜방망이 처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징계 수준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2015년 안진회계법인이 감사한 회사는 개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기준 1068개사다. 상장사는 232개사였다. 이 중 1년차 상장사 29개, 2년차 상장사 28개사를 제외한 175개 상장사의 감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전체의 16% 정도다.
감사인을 교체할 회사들도 많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사 이해도가 높은 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영업조치를 받은 회계법인과 비교해서도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산동회계법인, 청운회계법인, 화인경영회계법인의 경우 부실감사로 징계를 받았을 때 모든 회사의 신규 감사 업무가 금지됐다.
또 안진회계법인은 회계감사가 아닌 세무·경영 자문 등으로는 계속 영업을 할 수가 있다. 안진회계법인이 2015년 회계감사로 얻은 수입은 전체 3006억원 중 34%였다.
◆사실상 중징계…상장사 매출 크고 손배소 타격도 커= 그러나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린 중징계였다는 의견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의 감사 업무는 계속 할 수 있다지만 상장사의 규모가 커 매출 면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도 하락으로 폐업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계 감사 계약이 세무상담이나 경영컨설팅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공신력이 떨어지며 거래 기업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여기에 안진회계법인의 과실이 명확해지면서 손해배상소송 위협도 커졌다. 대우조선과 안진 등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 소송가액은 총 15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이 적립한 손해배상준비금과 손해배상공동기금은 288억원가량에 불과하다. 또 계약기간이 지난해 6월1일부터 1년간이고 연간 24억840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전문가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했지만 실제 배상금을 얼마다 부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손해배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과거 징계를 받은 산동회계법인, 청운회계법인, 화인경영회계법인은 모두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는 2001년 에너지기업 엔론이 1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그해 말 파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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