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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배신자 비난에도 '대연정論' 포기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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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대 존재 부정할 수 없다는 믿음
2004년 옥중일기에서도 '함께 살 권리'강조
혁명 대신 민주주의 선택하면서 공존의 방식 모색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안희정 후보가 주장한 대연정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최대 논란의 대상이었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진보진영에서는 대연정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는 데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 지역 출신의 정치인이었던 안 지사는 왜 대연정을 내세웠을까?

많은 사람들은 안 지사의 대연정을 정치공학으로 설명한다. 문재인 후보로부터 민주당과 진보성향의 지지를 뺏기 쉽지 않으니, 중도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는 여론조사 등에서 사실로 나타났다. 안 후보는 전통적으로 여당 성향을 보였던 대구 경북(TK) 등에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것은 대연정론은 선거공학적인 의미에서 득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안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안 후보는 지지자들이 싫어할 만한 이야기를 골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를 두고서 '대선 후보가 된 뒤 해야 했을 이야기를 너무 빨리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런 것들을 예측 못 했던 것일까. 안 후보는 지난 2월 대선 예비 후보 등록을 하면서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가는 길에 대해 "전통적인 여야 지지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길"이라며 "소신과 신념을 갖고 살았던 젊은 정치인이 새로운 정치의 길을 걷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 하지만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이런 포부를 갖고 시작했음에도 안 후보가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


안 후보는 "지난 두 달 동안을 밤마다 고통스럽게 지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안 후보는 자신이 동지라고 불렀던 이들로부터 '배신'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괴로워했다.
안 후보는 23일 광주에서 열린 '더좋은 민주주의 포럼 네트워크 발대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 여러분, 동지 여러분, 진보진영 동지 여러분, 안희정이 표 한 번 더 얻으려고 우클릭하는 거 아닙니다."


안 후보는 왜 대연정을 이야기할까. 안 후보는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향하는 개혁조치는 민주주의-민주공화국에서는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하지 않냐"면서 "우리가 말하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는 사회복지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은 그 누군가로부터 세금을 거둬야 하고 현재 있던 재정도 효과적으로 다시 살림 형편으로 나눠쓰자고 합의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방법이 있나"고 외쳤다. 안 후보는 지난 100년전 나라를 잃은 한국의 과거를 언급하며 안보·외교·통일에 있어서 정파를 뛰어넘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 후보는 국가적 과제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을 대연정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적어도 추구하는 목표가 같다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신정당인 '자유한국당'도 개혁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뉘앙스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연정의 대상에서 자유한국당은 제외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안 후보의 주장을 두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광범위한 사회 개혁을 위한 동력을 정치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결국, 제도나 법의 개혁은 국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차단하고, 토론 속에서 합의를 모색하기 위한 정치적 조건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연정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 놔야 동태적인 연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연정을 맺었던 세력이 특정 사안에 반발하며 연정을 깨서 과반 확보가 위태로워질 때는 또 다른 형태의 연정을 대안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안 후보는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머릿속으로 짠 정치적 계산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에 세상에 내놓은 책 '담금질'에 실린 2004년 일기가 그것이다. 옥중에서 작성된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밉지만 나와 다른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 참여와 자치의 민주공화정을 실현시키자."

'선과 악의 싸움, 절대적 승리, 제압!'
혁명이라면 쉽겠지만, 평화 시기, 기득권세력이 강력한 주도권, 물리력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의 완벽한 승리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사회, 역사의 가치와 철학의 문제, 선과 악, 도덕과 부도덕, 정의와 불의를 놓고 다투는 싸움은 분명 그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전진시킬 것이다.
아이가 성장을 위해 심한 열병치레를 하듯이 어느 사회든 정치와 권력투쟁의 주제가 심각한 사회적 가치의 문제, 그로 인한 정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첨예해질 때 그 사회는 질적으로 비약하게 된다.
정치가 치열해지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치엘리트들이 민심을 핑계 삼아 벌이는 정치적 쇼가 될 것이다. 짜고 치는 레슬링 게임처럼 선수들이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언제나 끝이 뻔한 격투를 벌이며 관중을 흥분시킨다.

한때 혁명을 꿈꿨던 안 후보는 확실히 혁명적인 해법을 포기했다. 나의 옳음을 세상에 관철하는 대신, 정치라는 과정을 통해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운동권이었던 안 후보가 이처럼 생각을 바꾼 것은 동구권의 몰락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 때문이다. 안 후보는 민주주의 세상에서는 증오하는 상대를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안 후보는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믿음도 가졌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참여와 자치를 통해 모든 문제가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24일 충북 MBC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주의를 잘하면 부정부패 세력이 발붙일 수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이제 한국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대화를 해서 좋은 결론을 얻어, 한국 국민이 가지는 고통과 갈등 해결할 것이냐 이것이 다음 국정철학 핵심이어야 한다. 미움과 분노에 머물러 있지 않고, 대화와 타협의 미래 만들겠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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