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금융당국이 24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안진을 외부감사인으로 뒀던 기업들의 회계법인 교체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24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연루된 안진은 금융당국으로부터 12개월 신규감사 업무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외에도 증권신고서 거짓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2014년 위조 감사조서 제출에 따른 과태료 2000만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대우조선 감사업무제한 5년 조치도 함께 결정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회계업계 특성상 20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안진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안진은 이 기간에 주권상장법인,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새로 맡을 수 없다. 또 감사 중인 회사 중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3년차 상장회사도 감사인을 변경해야 한다. 업무정지 개시일 이전에 2017 회계연도에 대한 감사계약을 안진과 이미 체결한 경우라 하더라도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안진과 감사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감사 1~2년차 회사들은 기존대로 안진에 감사업무를 계속 맡길 수 있다.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결정은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묵인·방조·지시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결정으로 안진의 감사 업무가 마비되면서, 안진을 외부감사인으로 뒀던 기업들과 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대규모 타 회계법인 이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외부감사인을 기존 안진회계법인에서 삼정회계법인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4월은 12월 결산법인이 본격적으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시기"라며 "안진의 12개월 영업정지 결정으로 안진을 외부감사인으로 뒀던 기업들이 줄줄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진의 업무정지 수준과 과징금 조치는 4월 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업무정지 기간은 다음달 5일부터 내년 4월 6일까지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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