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SF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인 듯 살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혹은 어떤 동물의 내장이 쏟아져 뒤섞인 듯 기괴한 형상이 캔버스를 뒤덮는다. 불편하고 추하다. 무언가를 연상하는 것은 관람객 개개인의 몫이지만 확실히 불편한 이미지다.
하지만 작가는 여느 관람객이 떠올릴법한 내장 또는 외계인 등 무언가를 의도하지 않았다.
한승주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철저하게 환영 또는 환청을 통해 보거나 느낀 것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 그의 드로잉 작품을 접하면 보고 있는 것을 그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해리성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본인도 이 점을 숨기지 않는다. 남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화가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당당하게 여긴다”고 했다.
야만적이고 왜곡된 형태와 색채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혐오감과 기괴함은 내재되어 있던 공포심을 깨운다. 작가가 환각 속에서 느꼈을 법한 두려움과 불안, 정신적 고통이 그림 안에 남아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며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일종의 수행이다. 작가 스스로의 삶을 위한 절실한 행위다.
지독한 불편함과 혐오, 그 자체가 이번 기획전의 콘셉트다. 관람객은 지독한 현대적 삶의 불안과 혼돈을 작품으로 만난다. 혐오의 정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새롭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부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추(醜)함을 접한 관람객은 강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오히려 작가처럼 치유를 받는 느낌을 경험한다.
지난 7일 서울대학교 미술관 전관에서 문을 연 ‘예술만큼 추한’ 전은 오는 5월 14일까지 계속된다. 관람객을 불편하게 할 작가(총 13명)들의 회화와 사진, 설치, 조각 총 50여점이 기다리고 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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