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화 통해 강박증 알려져…박정희는 머물 공간 고쳐달라 했던 기록 없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그의 화장실 강박증이 새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씨가 조사를 받는 검찰 조사실은 내부에 별도의 화장실이 없고 복도 건너편의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일부 네티즌은 박 씨가 남이 쓴 변기를 쓰기 싫어하는 강박증 때문에 급한 볼일을 못 보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공개된 여러 에피소드를 참고하자면 결론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본인은 싫겠지만 어쩔 수 없이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씨의 화장실 강박증은 익히 알려져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김성회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군2함대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 복무했던 사람이 제보한 내용을 공개했다.
박 씨가 군 시찰 중 모 사령관실의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그 이후 '윗선'에게서 화장실 시설을 전면 교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며칠 뒤에 있을 인천 아시안게임 관련 행사를 위해 대통령이 사령관 화장실을 다시 이용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시설 교체 공사를 끝냈지만 박 씨는 이후 사령관실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같은 달 오마이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씨가 해외 정상회담에 가서 있었던 일을 공개했다. 김 의원이 제보 받은 내용에 따르면, 해외에서 각국 정상들 회담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행사가 끝날 무렵 자리를 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공중건물의 화장실을 쓸 수 없어 숙소까지 다녀왔더라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는 2016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4차 핵안보정상회의의 단체사진에서 박 씨가 빠졌던 사실과 맞물려 갖은 의혹을 낳았다. 당시 박 씨는 "본회의를 마친 후 휴식 시간에 짬을 내 세면장에 들렀으나 그 사이 단체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박 씨와 관련된 화장실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송 의원이 인천시장 재직 시절이던 2014년 박 씨가 국정간담회 행사를 위해 인천을 방문했다. 박 씨 측은 대통령이 휴식을 취할 장소로 시장집무실을 빌려달라고 했다.
송 의원이 승락한 이후 갑자기 사람들이 들이닥치더니 집무실에 붙은 화장실의 변기를 떼어냈다. 대통령이 남이 사용하던 변기를 쓸 수는 없으니 새로운 걸 설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송 의원은 이런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박씨에게 '변기공주'라는 별명을 붙였다.
또 2014년 12월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박 씨가 행사장에 머무르는 몇 십 분을 위해 아예 대통령 전용 화장실을 만들었다. 급수 배관공사와 설비 구입에 수 백만원이 투입됐다.
그의 아버지는 어떨까? 박정희는 재임시절 대구 시찰을 갈 때마다 수성관광호텔 202호 전용실을 이용했다. 방 넓이가 99제곱미터로 웬만한 아파트 한 채보다 넓었다. 대리석 좌탁이 있고 침대와 장농에는 봉황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박정희가 특정 장소를 방문할 때 화장실 시설 교체를 요구했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죽고 나서 화장실과 관련한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박정희 생가가 있는 구미시의 공공 화장실에 붙어 있던 "시청 지원금이 없어 휴지가 없음'이라는 벽보를 찍어 올린 것이다. 구미시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수십억의 예산을 쓰면서 공공 화장실 휴지 살 돈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네티즌의 비난이 거셌다.
한편 채널A는 21일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개인용 변기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사용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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