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우리는 '성공 신화'에 익숙하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성공했고, 저 사람은 저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화려한 무용담들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공인된 역할 아래 삽시간에 퍼진다. 반면 실패의 경험담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띌라 조용히 묻힌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곧 무능력을 인정하는 일로 인식되면서 누가 들을 세라 꼭꼭 묻어두었다가 성공하고 나서야 비로소 '회상'하는 하나의 기억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렇게 숨겨만 왔던 실패 경험담들이 세상 앞에 나왔다. '당신의 실패담을 공유하세요(Share Your Failur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퍽업나잇(Fuck Up Nights)'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임은 2012년 멕시코의 어느 금요일 밤, 5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실패담을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실패담을 공유하는 일이 꽤 고무적이고 재미있다고 느낀 그들은 점차 인원을 늘렸고, 현재는 50개국 150개 주요 도시에서 한 달에 한번씩 열리는 글로벌 운동이 됐다.
보통 3~4명의 기업가가 나와 자신의 실패담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청중들과의 질의응답을 거친 뒤 자유롭게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목을 다지는 '퍽업나잇'의 목적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지지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창업·투자 유치·취업 및 이직·회사 관리 실패와 같은 비즈니스 실패담을 비롯, 실연, 가족과의 불화, 경제적·사회적 곤궁 등 모든 인간사에서 나올 수 있는 지옥의 상황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퍽업나잇'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인 야니크 퀵(Yannick Kwik)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지식과 경험들이 이 모임에서 공유된다"며,"사람들은 실패를 교훈으로 삼으면서 더 강해지고 충격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가 없으면, 배우지도 못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FuckUp Nights Seoul'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매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인 라이프스퀘어(Lifesquare)와 르호봇(Rehoboth)이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달 7일 여섯번째 '퍽업나잇' 모임이 열렸다.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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