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 경제가 새 정부의 경제팀이 구성될 때까지 약 100일 간 리더십 공백에 빠지게 됐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이 협치(協治)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거국적인 '100일 경제민생대책회의(가칭)'를 가동해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일 전에 대통령 선거일을 확정할 계획이다. 5월 첫째 주 연휴를 감안하면 5월9일이 유력하다. 여야 각 당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체제에 돌입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57일.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선거 열풍에 휩싸이게 된다. 선거 다음날부터 곧바로 새 대통령이 업무를 보게 되면서, 조각을 통해 총리와 장관들을 인선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치려면 1~2개월 가량 소요된다. 새로 지명되는 장관 후보자들은 업무보고와 인사청문회 준비 때문에 새 경제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제상황이다. 최근 수출이 4개월 연속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외환경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이 사드보복을 노골화 하면서 교역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월 소매판매가 2.2% 감소했고, 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내수부진이 심각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주요 신흥국 자금이 유출되고, 시중은행 금리를 끌어올려 가계부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들어 내수활성화 방안,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속 빈 강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강력한 경기부양 카드는 빠져 있다. 재정조기집행 외에 10~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 모두 뒷전이다.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도 어렵다.
가장 먼저, 국회가 경제 문제를 협치(協治)로 풀어내야 한다. 시급한 것은 정파와 이념을 아우르는 '경제민생대책회의'를 구성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정책은 새 정부의 몫이겠지만, 당장 올해 2~3분기 경제를 버텨낼 정책은 대책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각 당의 유력후보들이 정치적 계산을 따지지 말고 대책회의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대책회의를 통해 추경을 비롯한 굵직한 경제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추경은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편성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안 제정 등 4차산업에 대응한 규제개혁을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 노동개혁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 가운데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은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야권은 현재 경제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첨예해진 미국·중국과의 경제·통상 관계에서 상대국이 신뢰할 만큼의 협상력을 가져야 작은 것 하나라도 국익에 보탤 수 있다. 또 대선 후보들이 '학연, 지연 등을 벗어나 일 잘하는 관료를 중용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특히,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관료들을 새 정부가 눈여겨 봐야 한다. 요즘 공무원사회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본인의 이익을 따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를 그대로 놔두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대신 줄 잘 서는 공무원만 눈에 든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문제와 이를 해결할 공약을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도 필요하다. 각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들은 재정 여력과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검증돼야 한다. 짧은 선거기간을 고려하면, 새 정부가 헛발질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걸러낼 장이 마련돼야 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일호 경제팀이 위기에 대응해 새 정부 출범까지 잘 관리하는 한편 협치를 통해 추경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야당 후보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주도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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