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적극 임할 가능성
지지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사흘만에 충격 벗은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것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 모든 결과에 대해 제가 안고 가겠다"고 언급해 향후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작될 검찰 조사에 대리인단과 함께 직접 소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사실상 불복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검찰 조사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언급한다면 파면의 핵심 사유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사적이익을 돕기 위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고 지속적으로 청와대 기밀문서를 유출하는 등 헌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파면 결정에 승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헌재 결정 직후부터 예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가 인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인용된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겠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아예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중립적인 표현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헌재의 파면 결정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재 결정 직후 "달리 할 말이 없다"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사흘만에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해 충격을 정리한 듯한 인상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지지자들을 겨냥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공식 발언이 아닌 측근을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함에 따라 여론을 의식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면 80%에 달하는 탄핵 찬성 여론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전 청와대 대변인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떠나기 전 참모들을 비롯한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오후 6시 30분 비서실장, 안보실장, 경호실장, 각 수석들과 티타임을 갖고 오후 7시께 녹지원 앞길에 마중을 나온 비서실, 경호실 직원 등 500여 명과 걸어가면서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오후 7시20분 경 청와대를 출발했다"고 공식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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