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문채석·이설 수습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영상 15도의 따뜻한 봄 날씨 속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축하하는 시민들이 몰려 들어 20번째 촛불을 들었다.
이날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제20차 촛불집회에서 참가한 시민들은 전을 굽고 탄핵 기념 한정판 배지 등을 나눠주는 등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 탄핵을 축하하는 의무에서 꽃을 단 70년대식 포니 자동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노발하는 박사모에 맞서 평화를 지켜낸 공로상 '노발평화상'을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다.
특히 축하의 의미에서 전을 구워 나눠 주고 있는 시민 우호창(47)씨가 눈에 띄었다. 그는 "훨씬 오래 갈 줄 알았는데 빨리 끝나서 고맙다"며 "자원 봉사자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지금껏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장 곳곳에선 전을 구워 나눠주고 모금함을 통해 성금을 받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탄핵을 기념하며 40년 된 빨간색 포니를 몰고 온 사람도 있었다. 포니의 주인 백은종씨는 "이 나이에 춤을 췄다"며 "이번 탄핵안 인용으로 젊은이들에 정의감을 일깨우고 도덕성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독립투사 후손 대표들이 모여 만든 조선의열단에서 활동한다는 백씨는 "박사모들이 태극기를 악용하고 있다"며 "태극기가 폄하되고 있는데 그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날 집회 후 행진때 포니를 몰고 참여할 예정이다.
탄핵 기념 배지가 배포되기도 했다. 김현식 퇴진행동 사무국장은 "3만개 정도 준비했다"며 "광장에 오신 분들 덕분에 탄핵이 돼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드리고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겐 무료로 현장에서 초와 컵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본 집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광화문광장은 절반이 가득 찰 정도였다. 날씨가 포근해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들부터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들도 많았다.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광장을 누볐다.
강원도 평창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날 집회에 참여한 김기탁(41)씨는 "아이들에게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오게 됐다"며 "기득권만을 위한 나라가 아닌 아이들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시인 99명이 쓴 시집도 판매됐다. 시집을 판매 중인 임지훈(31)씨는 "마지막 날이다 보니 많이 팔리진 않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발하는 박사모에 맞서 평화를 지켜낸 공로상이라는 명목의 '노발평화상'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문채석 수습기자 chaeso@asiae.co.kr
이설 수습기자 sse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