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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두 얼굴' 양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2초

5일 일요일 오전 9시 정각. 중국 '정치 1번지'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3000여명이 일제히 착석했다. 지난해보다 몸집이 더 우람해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와 정치국 상무위원이 박수갈채 속에 줄줄이 입장했다.


전인대 참석 대상자 2924명 가운데 2862명이 출석하고 62명이 불참했다는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성원 보고에 이어 리 총리가 곧바로 단상에 올랐다. '양회의 꽃'으로 통하는 리 총리의 공작(업무) 보고는 1시간 40여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다.

시 주석이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 전인대 개막식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 보였다. 오는 11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당 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시 주석은 중간 중간 박수를 치며 리 총리 업무 보고 내용에 호응했다. 예년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퇴장을 앞두고는 리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 시 주석의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를 두고 시 주석과 리 총리 간 상하 관계가 명확해졌다면서 시 주석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리 총리는 '시진핑 핵심'이라는 표현을 여섯 차례나 힘주어 사용했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는, 우리로 따지면 정기국회 격이라서 사실 그들만의 장(場)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글로벌 기여도가 30%를 넘어서는 등 대외 영향력이 커지면서 양회는 해외에서도 이목을 집중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전인대 개막식 업무 보고 자료는 중국어 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배포할 정도다. 이 자료를 얻기 위해 새벽 5시 이전부터 인민대회당 앞에 취재진이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겉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국제질서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도 미국과 홍콩, 대만 등 일부 관계가 불편한 국가를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업무 보고는 정치색이 짙어져 껄끄러웠다는 평가다. 리 총리는 "중국은 다자 간 체제의 권위성과 효과성을 수호하며 각종 형태의 보호주의를 반대한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보다 포용적이고 호혜적이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한 보호무역 성향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홍콩 독립은 출구가 없다" "대만 독립 분열 활동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하며 그 누가 어떠한 방식이나 어떠한 명의로든 대만을 조국으로부터 분열시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등 예년보다 수위가 높아진 의도성 발언도 듣기에 불편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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