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외교와 경제 양면을 노린 양수겸장인가 아니면 양날의 검인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 수위가 치졸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중국이 사드를 핑계로 다방면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외교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에 맞서 북한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3각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적으로는 한국 기업을 옥죄며 자국 산업 보호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선 '북한 레버리지'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한 점에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만 홀로 북한 껴안기 행보다. 특히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중국으로 초청한 것은 한미 동맹을 흔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올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겉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제재를 준수하면서도 이면에서는 북한과 다시 접촉하면서 국제사회의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리 부상을 직접 만나 양국의 우호 관계가 굳건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다시 확인했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도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끌어냈다.
롯데를 주요 타깃으로 한 경제 분야 보복성 조치는 눈에 보일 정도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사드를 구실 삼아 수입 통관을 까다롭게 하는 등 준법 규제 잣대를 들이밀었으나 부지 확정 후에는 노골적 보복 움직임이 커졌다.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최종 결정한 이후 중국 2위 전자 상거래 업체인 징둥과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가 중국 내에서 롯데마트에 대한 접속을 사실상 차단했으며 관영 언론은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사설을 매일 게재하고 있다.
롯데 외에도 삼성이나 현대차 등 한국 기업으로 대상을 확산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장한다. 유명 포털 사이트 왕이(網易) 뮤직에서 한국 음악 차트가 사라지고 동영상 사이트 PPTV에서는 올해 한국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중단되는 등 문화 금한령(禁韓令)도 거세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1일 발표한 '2017년 1월 불합격 수입 화장품·식품' 목록을 보면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이 3건으로, 근래 들어 처음으로 통관 불허 판정을 받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한 간부는 최근 환구시보 기고문에서 "사드의 본질은 (한국이나 한국 기업이 아닌) 북한 핵 문제"라며 "한중 양국은 무역 분야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경제 제재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동북아재경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제재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쇼비니즘(국수주의)"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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