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과 양자대결 구도서 압도적 차이로 승리 예상…피용 따돌리고 2위 굳히기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프랑스 대선에서 유력 경쟁자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여 주춤하는 사이 '중도연대' 카드를 꺼내 든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이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에 따르면 대선 2차 투표에서 양자 대결을 가정할 경우 중도신당 후보인 마크롱 전 장관이 61%를 득표해 39%에 그친 마린 르펜(48) 국민전선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의 우세 흐름은 칸타소프르가 르피가로·RTL·LCI와 공동조사한 설문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다. 이 조사에선 마크롱과 르펜의 지지율이 58%대 42%로 집계됐다.
칸타소프르 조사에서 1차투표 지지도는 르펜 27%, 마크롱 25%로 아직 르펜이 앞서고 있지만 마크롱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포인트나 상승했다. 마크롱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62)은 20%에 머물렀고 집권 사회당 브누아 아몽(49)은 14%에 그쳤다.
마크롱의 이같은 선전은 중도연대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나머지 후보들의 스캔들에 따른 반사이익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2일 중도우파계열인 민주운동당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는 "프랑스의 실패를 막겠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한 뒤 마크롱 캠프에 합류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바이루 대표가 4번째 대선 출마를 포기한 후 그의 지지자들이 마크롱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앞으로 마크롱의 지지율이 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마크롱은 중도연대 이후 확실한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의 선택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마크롱 지지자 중 5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보다 12%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마크롱의 약한 지지기반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펜과 피용이 나란히 세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마크롱에겐 호재다. 프랑스 검찰은 피용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아내와 두 자녀를 보좌관으로 허위 등록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르펜 역시 관련 의혹으로 경호원 등 측근 2명이 경찰에 구금되고 당사가 압수수색 되는 등 비리 의혹을 털어내지 못한 상태다.
한편 프랑스 대선 1차투표는 오는 4월23일 치러진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주 후 1·2위 득표자를 놓고 결선 투표를 진행해 차기 대통령을 확정한다. 최근 진행된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르펜이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반을 얻은 적은 없어 엎치락 뒤치락하는 2위권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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