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수출마케팅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고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무역금융지원을 4조원 확대하기로 한 것은 반드시 올해 우리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을 끊어내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배경이 됐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등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상반기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고한 '2017년 수출 플러스 전환을 위한 총력대응방안'은 ▲수출현장의 숨은 애로 발굴 및 상반기 중 수출지원사업 집중 시행 ▲수출시장 다변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제고 ▲소비재 등 수출구조혁신 가속화 등 4가지 전략을 골자로 한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기, 교역 둔화 추세속에서도 우리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수출회복의 전기가 마련됐다"며 "수출회복세를 견고하게 유지, 확대함으로써 올해 수출증가율을 반드시 플러스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은 2015~2016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년 연속 감소는 58년만에 처음이다.
먼저 정부는 기업들이 공격적인 해외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전체 수출마케팅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수출마케팅 지원 규모는 전년(2878억원, 2만5310개사) 대비 29.6% 늘어난 3729억원(3만2305개사)이다. 수출상담회, 무역사절단 파견사업의 67%는 상반기 중 앞당겨 진행한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면서 자칫 하반기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단 수출 모멘텀을 살리면 하반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추가 수요가 생기는 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인도, 중동,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신흥국으로 수출 시장도 다변화한다. 미국, 중국 등 일부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수출상담회 등 신규 추진행사는 이들 신흥시장에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8.5%에 달한다.
또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재의 경우, 올해 화장품ㆍ의약품ㆍ농수산식품ㆍ생활용품ㆍ패션의류 등 5대 소비재 수출액 목표를 270억달러로 잡고 특화마케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의 235억 달러보다 14.9% 늘어난 것으로,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 전망치인 2.9%를 크게 웃돈다.
정부는 한국 드라마, 영화 속 간접광고(PPL) 등을 활용한 제품 노출, 글로벌 유통망 입점 추진, 유망 가공수산물 브랜드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온라인 수출기업을 위한 특화자금도 2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이와 함께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무역금융을 72조원으로 전년 대비 4조원 증액하는 등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6000개 전환이 목표다. 아르헨티나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등급이 상향조정된 7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우량 수입업체의 무역보험 한도는 두 배로 늘린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최근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무역장벽 등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우려가 제기된다. 현지대응반을 가동해 관련 기업애로를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내용 수준에 그쳤다.
채 실장은 "현재 수출과 관련해 (사드 배치결정이) 위축을 주는 상황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중국이 여건 변화에 맞춰 위생 등 기준을 계속 개선하고 있는데 관계부처 합동 설명회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등이)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수출현장의 애로를 줄이기 위해 앞서 발굴한 135건의 과제 가운데 단기해결이 가능한 92건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일괄해소하고, 중ㆍ단기 검토가 필요한 과제 43건은 관계부처와의 추가 협의를 거쳐 해결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해외전시회 참가기업이 같은 지역에서 코트라(KOTRA)의 지사화 사업을 신청하면 우대 지원하고, 중소ㆍ중견기업의 환변동보험 할인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역직구로 수출한 제품이 반품될 때 수입관세 면세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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