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공여 의혹에 연루된 임원 5명을 전원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검 관계자는 27일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과 피의자로 입건돼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과 관련해 "전원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르면 이날 중, 또는 1차 수사기간 종료일인 28일에 이들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다른 네 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면 기소 시점은 늦춰질 전망이다. 특검은 일부 미진한 공소장 작성 작업을 병행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특검은 보강ㆍ추가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을 뺀 네 사람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 즉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다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사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됐다.
이와 관련,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수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기소시점이 뒤로 밀리고, 연장이 안될 경우에는 그 결과 나오자마자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은 뇌물공여ㆍ재산 국외도피 및 은닉ㆍ횡령ㆍ위증 등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 이후 특검은 이 부회장을 전날까지 모두 다섯차례 불러 뇌물공여 혐의 등에 관한 보강조사를 벌였다. 박 사장과 최 부회장, 이수형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 등도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측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중요한 과정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권력의 지원을 얻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최씨의 딸이자 승마선수인 정유라씨 측에 약 430억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이 규정한 430억원에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 '박근혜ㆍ최순실 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204억원, 최씨의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승마훈련 컨설팅 계약,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특혜지원한 16억여원 등이 모두 포함됐다.
한편 특검은 이들 외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구속),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의원' 김영재 원장 등을 금명간 일괄 또는 순차로 기소할 방침이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2일 공식 출범한 이후 이날 현재까지 이 부회장, 최 전 총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13명을 구속했고 김 전 실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아직 수사할 게 많이 남았다는 판단에서 지난 16일 황 총리에게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을 했다. 황 총리가 연장 승인을 하면 특검은 30일을 더 수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차명폰 사용 의혹 및 박 대통령 비선의료 의혹과 관련해 전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3시 영장심사를 시작한다.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또는 28일 오전에 구속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 행정관은 특검의 마지막 구속자가 될 수도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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