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전날 차벽 세웠다가 노조 항의로 철거
노조, 오전 5시부터 주총 참여 줄서고 있어
경찰 등 물리적 충돌 우려해 대기 중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울산=노태영 기자] 27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는 아침부터 노조원들과 사측이 부른 용역, 경찰들이 뒤섞여 부산스럽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노조원들은 새벽 5시부터 나와 주총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 추산 500여명, 사측 추산 100여명에 달하는 긴 줄이다. 노조원들은 당초 주총 입장 시간인 오전 8시에 맞춰 모일 생각이었으나 사측 관계자 동원 시간이 오전 5시로 잡히면서 집결 시간을 앞당겼다.
현장에는 노조원들 외에도 '질서유지'라는 글귀가 적힌 파란색 띠를 두른 인력들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노조는 이들이 사측에서 부른 '용역'이라고 설명한다. 노조 관계자는 "인원만도 1000명으로 추산된다"며 "일부는 이미 주총장에 들어갔고 일부는 대절해 온 차 안에서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가 주총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모든 사업부문이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선 사업분할은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강환구 사장을 비롯해 사측은 소식지를 통해 여러차례 이를 강조해왔다. 사측은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사업은 그동안 조선업에 가려져 필수적인 투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분리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와 비효율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지배구조 투명성이 강화되고 신용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계획이라며 찬성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면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날 역시 오전 8시부터 8시간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다. 23일, 24일에 이은 세번째 전면파업이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선 것은 23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는 이날 열리는 주총 역시 실행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노조원들은 주총에 참석해 사업분할 반대 목소리를 내기로 했으며, 나머지 노조원들은 한마음회관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주총장에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이 모이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갈등의 핵심은 분사에 대한 양측의 커다란 시각차 때문이다. 사측은 '경영효율화 조치'라고 강조하는 반면, 노조는 분사를 구조조정과 동일시 한다. '탈 울산'을 우려하는 지역 자치단체 및 의회도 노조편에 섰다. 울산시의회와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 의회는 사업분할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주총회 중단을 촉구했다. 시 관계자들은 "18만 구민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주총장에서 분사 안건을 가결하려는 사측과 이를 반대하는 노조, 울산시측 간 큰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법원에 이미 주총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법원은 노조가 현대중공업 주주나 임직원의 주총장 출입을 막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방해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1000만원을 현대중공업에 지급해야 한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마음회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측의 경영정상화 명분에 노조측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면서 이날 주총은 노사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중공업의 비 조선사업 부문은 오는 4월1일 각각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새 이름을 달게 된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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