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노미란 기자]이민·환율정책 등 미국의 주요 정책들을 놓고 대통령과 장관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환율조작의 그랜드 챔피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발언을 인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정책을 지휘하는 재무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재무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통화조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절차를 계속하기 전까지는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재무부가 4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조작국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달러 강세를 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조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강달러가 수출업체에 불리하다면서 경계감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달러 강세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을 어렵게 한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므누신 재무장관은 전날 WSJ와의 회견에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고려할 때 달러 가치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기업 CEO들과 만나 미국내 불법 체류자들을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칭하면서 이들의 추방이 정당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선 직후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 7개국의 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강경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를 방문 중인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불법 이민자의 대거 추방은 없을 것이라면서 멕시코 달래기에 나섰다. 틸러슨 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주 독일을 방문해서도 미국과 유럽의 동맹과 공동의 가치를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주요 정책들이 트럼프의 강경론과 각 부서 수장들의 현실론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면서 고민에 빠진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미국의 정책들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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