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기업의 나라, 미국을 다시 생각한다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충무로에서]기업의 나라, 미국을 다시 생각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AD


세계 기업사를 되돌아보면 효율성과 공정성, 두 개의 큰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것은 영국이었지만 정작 기업의 시대를 연 것은 미국이었다. 영국의 증기기관, 철강, 방직 등의 기술발달과 생산성 향상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자유로운 정신과 청교도적 근면성을 만나 활짝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1862년 철도법이 통과되면서 전역을 철도로 잇는 것이 가능해졌고 '철도왕' 밴더빌트는 미국을 철도제국으로 탄생시켰다. 1870년대 '철강왕' 카네기가 제강사업을 시작했고, '석유왕'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했다. 1903년에는포드가 포드자동차를 설립해 자동차산업의 최강자로 등장했다. 만들기만 하면 날개 돋치듯 팔리던 '공급자 우위의 시대'에 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추구는 최선의 가치였다. 이들 기업가들은 거의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했고, 공해물질 배출문제나 노동자의 비인간적 삶 등은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으려고 나선 지도자는, 1901년 42살의 나이로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였다. 그는 이른바 '공정한 대우'(Square Deal)로 명명된 신경제정책을 통해 독점 규제, 중소기업 보호, 노동자ㆍ농민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1902년 광산노동자 15만명이 파업을 하자 광산주들은 탄광을 폐쇄했는데 이로 인해 한겨울에 석탄 공급이 끊어질 상황에 처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광산주에게 군대를 동원해 탄광을 열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광부의 편을 들었다.

1903년에는 악덕기업의 활동을 조사, 감시하는 특별기구가 설립되었다. 스탠더드 오일, 듀폰, 담배회사, 정육기업 등이 독점 혐의로 기소되었다. '독점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 루스벨트 대통령은 협상과 조정을 통해 독점을 신중하게 규제함으로써 정부의 '대기업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이는 지금까지 미국 기업 규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의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한편으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록펠러는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의학연구소, 교육재단 등을 설립했다. 카네기 역시 인생의 전반부는 돈을 버는 데 쓰고, 후반부는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쓰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었다. 밴더빌트도 대학설립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해 '자선가'로 불린다. 특히 록펠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업가'에서 '국민적 자선가'로 칭송을 받게 되었다. 오늘날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주커버그 등 미국의 기업가들이 유난히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지며 기부를 실천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친기업적이며 자유시장 체제를 추구하는 미국이지만 동시에 독점의 폐단을 경계하고 기업의 부정행위, 부당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 이는 '효율'과 '공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사는 발달과정이나 속도, 정부의 역할, 환경 등에서 미국과는 많이 다르다.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기업의 발달부터 본다면 우리는 65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는 셈이다. 우리에게 재벌기업은 '효율'에 방점을 찍고 달려온 결과다. 재벌기업의 개혁이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가 '효율'과 '공정'사이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정경유착의 스캔들은 반복된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놓쳤는지 되짚어보고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이은형 교수(국민대학교 경영학부, 한국여성경제학회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