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은행연합회 '종합운동장'론 반박…"근간은 전업주의"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운용은 절대 반대
"은행수익률이 증권업보다 높다는 주장도 부적절"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금융투자협회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종합운동장'론과 겸업주의 필요성 등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앞서 하 회장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반론을 제기한 상태였다.

21일 금융투자협회는 종합운동장론을 필두로한 겸업주의와 네거티브 규제 필요성 관련 주장에 대해 "은행의 ‘급진적인 겸업주의 주장’은 그간 지켜온 한국금융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지나치게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의 금융제도 전환은 금융산업에 대한 실증적 연구 거쳐 정책적·국민적 동의까지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투협은 "은행연합회 주장의 본질은 은행업이 가진 비효율성을 타업권의 본질업무까지 진출해서 해결해보겠다는 약탈적 논리"라며 "‘겸업주의’를 ‘네거티브 규제’로 혼용해 쓰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우리나라 금융제도 근간은 전업주의라고도 했다. 금투협은 "우리나라의 금융제도는 전업주의를 근간으로 한다"며 "금융업권(은행, 증권, 보험)간 특성에 따라 영역별 전문화된 경쟁력을 키우고 업권간 동질화로 인한 문제와 금융업권간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 등 여러 제도적 취지와 함의를 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연합회의 ‘종합운동장‘에 해당하는 것이 기도입된 금융지주회사 제도"라며 "금융지주회사 내에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있어 겸업성격의 비즈니스가 가능함에도 그간 시너지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산업에서 은행이 지나치게 비대화됐다고도 했다. 지난해 9월말 국내 금융업은 은행이 총자산 기준 61.3%(2603조원), 자기자본 기준 46.9%(181조원)로 한국 GDP의 1.57배에 해당하는데 미국의 은행자산 규모가 GDP의 0.86배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친 은행 편중 구조라는 주장이다. 금투협은 "어느 분야든 건강한 생태계는 종(species)의 다양성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운용은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금투협은 "은행이 얘기하는 소비자 편익 대비 더 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증권사 고객과 은행 고객은 기본적으로 위험 감내 수준이나 위험선호도(risk-tolerance 혹은 risk-appetite)가 매우 상이한데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 거래 고객 상대로 은행이 자산운용업 등 투자업무를 확대하면 투자자보호 관련 리스크와 은행이 감수해야할 부담 역시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은 국민이 낸 세금(공적자금)으로 보전을 해온 역사가 있다"며 "금융업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는 위험한 투자성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5년 평균 자본수익률이 은행이 증권사보다 높다는 은행연합회의 주장도 부정했다. 금투협은 "자본수익률 수치는 ‘산정 대상 기간’에 따라 변동되므로 은행수익률이 증권업보다 높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며 "금투협 보고서의 골자는 ‘은행업이 항상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아니라 ‘펀드판매, 방카 등 비본질적 업무로의 외연확장이 은행의 경영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전 금융권 차원의 문제 제기였음을 인식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투협의 최근 문제 제기는 ‘업권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체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공정한 경쟁 토대(level playing field)를 만들자는 것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입장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