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환노위 반도체 청문회 자료 요구 논란…생산공정 자료, 협력업체 정보까지 요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 청문회를 앞두고 민감한 내용이 담긴 영업비밀이 무더기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출을 요구한 청문회 자료에는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최근 10년간 주고받은 공문 일체, 반도체 생산 공정, 반도체 부문 하청업체 명단 등이 담겼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종류와 양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임원들은 주말에도 회의를 이어가는 등 청문회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오는 28일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을 요구받은 자료가 방대한 것은 물론이고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양을 어느 정도로 정했는지 등은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중요한 기술 노하우"라면서 "경쟁 기업 입장에서는 확보하고 싶은 정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청문회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자료라고 강조하지만,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내주기 어려운 자료인 셈이다. 문제는 기업의 자료가 국회의원 쪽으로 넘어간 뒤에는 사실상 보안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의원들은 청문회 활동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자료에 담긴 내용을 언론에 제공하기도 하고,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관련 시민단체와 자료를 공유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국회로 자료가 넘어가면 여러 경로를 통해 밖으로 새어가고, 그 과정에서 경쟁 기업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자료 제출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불거졌던 삼성전자 자료 제출 논란을 이번 청문회 때 쟁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당시 노동부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자료 중 민감한 내용을 가린 채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했는데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후 삼성전자는 첨단 핵심 기술과 관련한 자료 외에는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를 통해 공개 가능한 자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그룹 오너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반도체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 부회장 경영공백을 메울 사령탑이 돼야 하는데 반도체 청문회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국회의 출석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경영 공백 해법을 마련하는 한편 반도체 청문회의 슬기로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청문회에 제출할 자료는 관련 법상 청문회 전날인 27일 자정까지 제출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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