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을 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김정남은 여성 용의자들로부터 공격 당한 후 공항 치료센터까지 스스로 걸어가는 등 큰 이상이 없는 듯 했지만 이후 급격히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일본 후지TV와 도쿄방송(TBS) 등은 공항에 설치된 여러 각도의 CCTV 영상을 모아 김정남과 용의자들의 동선, 피습 전후 모습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영상에서 김정남은 재킷을 입고 오른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으며 별도의 경호원 없이 혼자 출국장으로 들어선다. 김정남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위쪽 전광판을 응시하다 무인발권기 쪽으로 향한다.
김정남이 발권기 앞에 서있는 동안 이번 사건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가 김정남에 접근한다. 이후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도안 티 흐엉이 재빨리 김정남의 등 뒤쪽에서 헝겊으로 얼굴을 감싸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이 때 김정남이 독극물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격을 끝낸 두 여성은 몇 초 동안 현장에 머무르다 주변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현장을 빠져나간다.
이어지는 영상에서 김정남은 공항 안내센터로 찾아가 눈을 비비는 듯한 행동을 하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공항 경찰에 인계된다. 누군가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은 상황을 설명하고 얼굴 등에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2명이 김정남을 공항 내 클리닉센터로 데려가면서 영상은 끝난다.
말레이시아 현지 영자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눈을 감고 축 늘어진 상태로 있던 김정남의 모습을 공개한 사진으로 볼 때 그는 센터 내로 들어간 얼마 후 곧바로 정신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남은 이곳에서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을 직접 공격한 도안과 아이샤, 북한 국적의 리정철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으며 달아난 남성 용의자 4명을 추적 중이다. 그러나 북한 출신인 이들이 지난 17일 이미 평양으로 입국했다는 보도가 있어 신병 확보 및 향후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을 확정할만한 단서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추가 분석 후 독극물 종류와 정확한 사인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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