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이현우 기자]올해 서른 살을 맞이한 취업준비생 A씨는 6년 넘게 계속하던 취업공부를 포기하고 먼저 직장을 잡은 남자친구와의 결혼준비에 들어갔다. 요즘 말로 하면 소위 '취집'을 선택한 것. A씨는 "대학 초년생 때만 해도 취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너무나도 좁은 구직시장에서 언제 될지 모를 취업을 기다리는데 이제 지쳤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원래 '취집'이란 단어는 대단히 부정적 의미의 단어였다. 취집은 '취업대신 시집'의 줄임말로 남성의 경제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부추기는 말이라며 매우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단어였다. 하지만 취업문이 더욱더 좁아지고 취업 이후 출산과 육아를 겪는 직장여성들의 사내 입지도 좁아지면서 취집의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
그나마 취집을 한 사람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 상황이 됐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결혼시장에서는 맞벌이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별다른 직업이 없거나 학생 신분으로 결혼하는 여성의 비중은 10년 새 급감했다. 취직을 못하면 결혼도 하기 힘든 구조가 된 것.
지난해 통계청이 낸 2015년 직업별 혼인건수에 따르면 무직·가사·학생 등의 신분으로 결혼한 여성은 10만2915명으로 전년보다 4.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부터 빠른 속도로 감소해왔다. 2011년 14만451명이었던 무직 신분 결혼 여성의 수는 이듬해 8.6%, 2013년에는 6.3%, 2014년에는 10.2% 감소했다.
전체 혼인에서 무직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감했다. 2011년 무직 여성의 혼인 건수는 전체의 42.7%를 차지했지만 매해 감소해 지난해에는 전체 34%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5년에는 전체 여성 중 절반이 넘는 54%가 무직 신분으로, 한마디로 취집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역시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얻은 직장도 출산과 육아 문제로 인해 그만두는 여성이 매우 많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B씨는 사내커플로 결혼한 이후 곧바로 임신을 했고 이후 육아휴직을 내려고 했지만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돌면서 스스로 회사를 나왔다. 사내커플은 구조조정 1순위인데다가 출산 후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마땅치 않아 고민 끝에 회사를 관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층의 맞벌이 부부 비율은 50%도 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통계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 비율은 15~29세는 37.4%, 30~39세는 42.1%에 지나지 않는다. 40대 이상 맞벌이 비율이 5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대부분 출산 이후 육아와 회사생활을 병행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혼시장에서는 맞벌이가 가능한 직장여성이 선호되지만 정작 출산 이후에는 회사를 그만둬야하는 딜레마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뉴스본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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