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회화·작곡·영상제작…AI의 문화예술영역 활동
AR·VR 속 콘텐츠 등 새로운 차원의 지식재산권 문제
정부, 미래 지적재산 이슈분석 및 대응전략 수립나서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작곡을 한다. AI의 활동영역이 단순 반복업무가 아닌, 문화예술의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면 AI의 발명품·저작물에도 특허권이나 저작권이 적용될까. 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속에 구현된 콘텐츠는, 실제 현실의 콘텐츠 저작권과 어떤 관계를 맺을까.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넥스트 렘브란트'라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AI에게 렘브란트의 회화를 딥러닝 기법을 통해 학습시킨 후, 그림을 그리라고 한 것이다. AI는 렘브란트의 화풍을 모방하면서도, 렘브란트의 작품과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실제 렘브란트 작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구글 역시 딥러닝을 이용해 AI에게 고흐의 작품을 모사하도록 훈련시켰다. 기존의 학습된 회화 데이터베이스와 고흐의 작품을 연결해, AI는 독특한 회화 작품을 보여줬다. 그렇게 탄생한 29점의 작품은 지난해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소에서 판매됐다. 매출 총액은 9만7000만달러(1억1000만원), 단일 작품 최고가는 8000달러(911만원)였다.
작년 여름 미국 예일대 도냐 퀵 교수는 '쿨리타'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시험했다. 100명의 청중에게 쿨리타가 작곡한 음악과, 사람이 작곡한 음악을 번갈아가며 들려줬다. 그 후 참가자들에게 사람이 작곡한 것을 골라내도록 했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쿨리타의 곡을 사람이 작곡한 곡으로 착각했다.
소니의 CSL(Computer Science Laboratories)은 인공지능 '플로우머신(Flow Machines)'에 1만3000곡에 이르는 음악을 학습시켰다. 그 다음에 '비틀즈풍의 곡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비틀즈풍이라는 음악적 흥취에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겠지만, 플로우머신은 대다수 사람들이 기분좋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줬다.
일본에선 인공지능이 쓴 단편소설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하는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의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제도로 보호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지식재산이 등장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지식재산권 보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미래 지식재산 이슈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차세대 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이하 차세대 특위)'를 설치하고 '미래 지식재산 이슈 분석 및 대응전략 수립'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AI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정 문제, 디지털·네트워크 시대에 상응하는 저작권법 문제 등이 주요 이슈다.
차세대 특위는 국내외 문헌조사 및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산하 5개 전문위원회 중심으로 후보 이슈를 발굴한 후, 이에 대해 국내 산학연 지적재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우선순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슈가 미래기술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슈의 발생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미래 지적재산 이슈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선정된 지적재산 이슈들에 대해 각 이슈들이 갖는 의미와 지적재산 제도 및 과학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특위는 이슈별로 법·제도적 측면, 과학기술적 측면에서의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미래 지적재산 이슈 분석 및 대응전략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재근 위원장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미래 지적재산 이슈에 대해 선제적으로 전략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지식재산 강국은 이미 미래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EU는 로봇의 법적지위 인정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의 지위·개발·활용에 대한 기술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결의안을 지난달 12일 통과시켰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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