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중국의 위협 등으로 국가안보와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을 보면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에만 올인하고 대선주자들도 미래 성장비전 제시보다는 분배에 우선을 둔 포퓰리즘에 매몰되어 있어 대한민국호가 곧 침몰할 것 같은 위기에 처해있다.
2015년 통계를 보면 국내 100대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3.6%로 경제가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창출 및 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안보 위협에도 동시에 대처하는 즉 '경제와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방위산업을 육성하면 두 가지 문제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항공산업은 기계ㆍ전기ㆍ전자ㆍITㆍ소프트웨어 등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이기에 후발주자가 따라 오기 힘들며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고, 수작업이 많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중형 자동차 한 대에 약 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고등훈련기인 T-50의 경우에는 약 2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중형차의 가격이 킬로그램당 약 2만원 정도인데 T-50은 약 400만원에 달한다. 또한 항공기를 수출하면 최소 30년 동안 부품을 공급해야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즉 항공산업이 얼마나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항공산업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역량이 큰 분야라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세계 항공산업 시장규모는 5800여억달러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겨우 0.7%(43억달러)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만일 올 10월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 사업에서 T-50이 선정된다면 중ㆍ저가형 전투기 및 고등훈련기 시장을 석권할 수 있게 된다. 1~2차 물량이 총 1000대이며, 대당 가격을 300억원으로 계산하면 약 30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향후 30~40년간 부품 조달까지 감안할 경우 항공기 금액의 최소 10배의 부가가치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므로 총 33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사업이다.
T-50은 우리가 설계했지만 약 40%는 미국산 부품이 들어가므로 이 부분을 제외하면 우리 기업들이 최소 100조원 이상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냉전 시절 대량 배치된 F-5급 전투기 교체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우리 업체들에게 돌아올 몫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제품 우선구매를 고집할 경우 이 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부품공급을 차단할 경우에는 T-50의 제3국 수출까지도 불가능하여 우리의 항공산업 육성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 희망인 항공산업을 육성하여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방비를 늘려서 국내에서 많이 구매해야 한다. 즉 막대한 국내 물량을 토대로 대당 단가를 낮추고 미국에 공동으로 세계 중ㆍ저가 시장을 공략하여 부가가치를 나누어 가지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 핵 해결, 중국의 태평양 진출 봉쇄 등 한ㆍ미간에는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상호 호혜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상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시급한 것이다. 그래야 한국의 안보가 확고해진 가운데 경제가 살아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지금 허황된 대선놀이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채 우 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