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야권의 잠룡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호남으로 쏠리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 대권주자들은 이번 주말을 전후로 호남을 찾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에서 호남 표심이 전체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각별히 공을 들이는 양상이다.
안 지사는 11일 전남 목포를 방문한 직후 광주에서 열리는 시국촛불집회에 참가한다. 이어 12일엔 5·18 묘역을 참배하며 5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안 전 대표는 오는 13일 광주에서 광주전남언론포럼 토론회에 참석하고, 14일 전주에서 전북언론인연합회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9일까지 2박3일간의 호남 강행군을 소화했고,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도 10일 광주 일정을 진행한다.
야당에게 호남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통상 대구·경북(TK)이 여권의 심장이라면, 호남은 야권의 중심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호남의 지지가 없다면 '집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없다. 만일 집권을 하더라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 동력의 확보가 쉽지 않다. 4·13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앞 다퉈 호남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게다가 야당 경선에서 호남이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각 주자들이 호남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특히 19대 대선이 '야(野) 대 야' 구도로 전개됨에 따라 본선보다 예선전에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은 4개 지역별 순회경선 가운데 호남이 첫 순서다. 호남 경선 결과에 따라 판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강세이긴 하지만, 안 지사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6~8일·1508명·응답률 8.3%·표본오차 95%·신뢰수준 ±2.5%포인트·상세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전 대표의 광주·전라(36.7%→33.5%) 지지율은 3.2%포인트 하락했지만, 안 지사(9.5%→18.2%)의 경우 8.7%포인트 급등했다.
안 지사 측에선 제2의 '노풍(盧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후발주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호남을 진원지로 역전 드라마를 써낸 바 있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와 손 의장 간의 호남 신경전이 치열하다. 18만여명 당원 중 절반 정도가 호남에 집중돼 있어 호남 민심이 경선의 판세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손 의장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호남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손학규와 함께하니 이제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 참석 등 탄핵 관철에 집중하기 위해 12일로 예정됐던 전북 전주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초 예정했던 대선 출마 선언과 캠프 구성원 발표도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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