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 커뮤니티 '남성혐오' 성폭력 수준
-남성들 몰래 가입? 싸움 붙이기 의혹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여성혐오를 그대로 반사해 보여주는 '미러링' 온라인 커뮤니티의 표현 수위가 단순 미러링을 넘어서 남성혐오로 변질되고 있다.
10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자유게시판에는 3분에 1개 꼴로 새로운 글이 올라 왔다. 워마드는 여성혐오 미러링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파생돼 만들어진 새로운 커뮤니티로 대부분 남성을 비하하는 글과 이에 동의하는 댓글이 작성된다. 최근 대중목욕탕 남탕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성혐오 미러링을 지향하고 있지만 이곳 커뮤니티는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문제가 됐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표현 방식이 거의 흡사하다. 이성의 외모와 몸매를 폄하하거나 성기로 존재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고라니가 고속도로에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놀라게 하듯, 갑자기 나와 사고를 내는 남성 자전거 운전자를 남성의 성기와 고라니를 합쳐 '자라니'라고 부른다.
일부 글과 사진은 성폭력 수준의 혐오를 드러낸다. 남자 성기를 자르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하고 남성들이 목욕탕에서 집단 성관계를 하고 있는 듯 한 사진이 게시글로 작성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남성들이 일부러 사이트에 들어와 가입한 후 '물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평가 절하되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 혐오 커뮤니티 대결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온라인 차별·비하 정보 심의 건수 시정 요구가 2015년 891건에서 지난해 2139건으로 크게 늘었다.
김예리 서울YWCA 여성참여팀 부장은 "처음 시작은 이해할 수 있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다 보면 염증을 느낄 수 있다"며 "혐오를 없애는 미러링이 돼야지 미러링이 남성혐오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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