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렉슨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은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고위 관료가 한·미 방위비 분담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은 미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상원의원(메릴랜드)에게 제출한 인준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8일(현지시간) 확인됐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일본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카딘 의원의 질문에 "한국과 일본은 이미 각자의 나라에서 미군을 지원하는데 많은 양(large amounts)을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향후 관련 대화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공평한 분담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를 100% 한국이 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달리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상당부분 인정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공평한' 분담금을 언급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틸러슨 장관은 또 "우리가 공유하는 동맹은 북동아시아 지역, 또 그 이외의 지역 안보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점증하는 역내 도전과제와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런 서면답변 내용은 미국의 한 환경단체를 통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적게 내고 있다며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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